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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원큐 박진영(왼쪽)이 23일 열린 2022~2023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과 경기에서 레이업을 시도하고 있다. 사진제공 | WKBL

[스포츠서울 | 김동영기자]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많았다.”

부푼 꿈을 안고 프로에 왔다. 고교 시절 ‘에이스’였고, 여자농구의 미래라는 말도 들었다. 전체 2번으로 지명되며 프로에 왔다. ‘거물 루키’라 했다. 그러나 첫 시즌은 좌절에 가깝다. 시즌 초반 부상을 입으면서 길게 자리를 비워야 했다. 건강하게 돌아와 시즌 막판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부천 하나원큐 박진영(19)이 주인공이다.

삼천포여고 출신 박진영은 지난해 9월 열린 2022~2023 WKBL 신입선수선발회에서 1라운드 전체 2순위로 하나원큐의 지명을 받았다. 1순위 지명자가 삼성생명 키아나 스미스다. 이쪽은 특수 케이스다. 미국여자프로농구(WNBA) 출신이다. 국내 고교생들과 직접 비교는 무리다. 사실상 박진영이 1순위라 해도 무방해 보인다.

고교 시절부터 특출난 선수였다. 2학년 때 U-19 대표팀에 선발됐다. 2021 박신자컵을 뛰었고, 헝가리에서 열린 농구 월드컵도 출전했다. ‘월반’이다. 2022년 U-18 대표팀 선발은 당연했다. 2022 박신자컵에도 출전했다. 빠른 스피드를 뽐냈고, 돌파와 슛 모두 능수능란했다. 박신자컵 당시 현장에서는 “단연 돋보인다. 고등학생 같지 않다”는 평가가 줄을 이었다.

이후 프로에 왔다. 이미 언니들과 두 번이나 겨뤄보고 입성한 프로 무대다. 그만큼 기대를 모았다. 하나원큐가 상대적으로 전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기에 기회가 주어질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올시즌 팀의 세 번째 경기였던 지난해 11월10일 홈 KB스타즈전에서 처음으로 코트를 밟았다. 기록은 6분10초 출전, 2점 3리바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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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원큐 박진영(가운데)이 지난해 11월10일 열린 2022~2023 여자프로농구 KB스타즈전에서 발목 부상을 당한 후 코트를 빠져나가고 있다. 사진제공 | WKBL

짧게 뛸 수밖에 없었다. 2쿼터 말미 발목 부상을 입었다. 걸어서 나오기는 했으나 경기에 뛰지는 못했다. 검진 결과 인대 부분 파열이 확인됐다. 데뷔전에서 날벼락을 맞은 셈이다. 뛰어난 공격력에 허슬플레이까지 겸비한 선수. 하나원큐 입장에서는 큰 손실이었다.

두 달 넘게 자리를 비웠다. 지난 1월19일 삼성생명전에서 복귀했다. 단 15초를 뛴 것이 전부지만, 돌아왔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후 꾸준히 경기에 나서면서 하나원큐에 힘을 보탰다. 그리고 23일 신한은행전에서 위력을 보였다. 19분33초를 뛰며 8점 2리바운드 3어시스트를 생산했다.

프로에 온 이후 10분 이상 뛴 것도 처음인데 거의 20분을 소화했다. 기존 최다 수치가 7분7초인데 두 배 이상이다. 8점도 개인 최다이며, 어시스트를 만든 경기도 이날이 처음이다. 덕분에 하나원큐도 95-75로 이겼다. 시즌 5승째다.

김도완 감독은 박진영을 두고 “연습 때 덜렁거리는 면이 있어서 지적을 하기도 했다. 실전에 들어가면 또 다르다. ‘경기 체질’이 있는 것 같다. 고교 때 혼자 농구를 했다. 프로는 다르다. 무리하지 말고, 상황을 보면서 하라고 했다. 계속 만드는 중이다. 좋아지고 있고, 기회도 많을 것이다. 다음 시즌도 기대가 된다”고 말하며 미소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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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원큐 박진영(가운데)이 1월21일 열린 2022~2023 여자프로농구 신한은행전에서 중거리슛을 던지고 있다. 사진제공 | WKBL

박진영은 “감독님께서 ‘간절함’을 강조하신다. 이겨내자고 했다. 발목 부상 후 거의 바닥을 기었다. 팀에 피해만 주지 말자는 마음으로 했다. 발목 때문에 길게 쉬었다. 아직 100%는 아니지만, 부족한 것을 채우기 위해 따로 훈련을 하고 있다. 트레이너 선생님들도 잘 챙겨주신다”고 말했다.

아직 10대 소녀다. 프로 무대가 쉽지 않다. 가슴앓이도 했다. “포기하고 싶은 순간이 너무 많았다. 복귀 후 농구가 계속 안 되더라. 올시즌 얻는 것이 하나라도 있어야 한다. 하나라도 더 들으려고 했고, 배우려고 했다. 아파도 하려고 했다. 언니들 덕분에 버텼고, 기량도 늘었다”고 설명했다.

힘든 시간을 보냈지만, 그래도 돌아왔다. 올시즌이 마지막도 아니다. 올시즌 먹은 경험치를 바탕으로 다음 시즌 훨훨 날면 된다. 박진영도 각오를 다지는 중이다. “죽기살기로 하고 있다. 어느 포지션에 들어가도 플레이가 가능한 선수가 되고 싶다. 선수가 교체될 경우 모든 자리를 다 메울 수 있는 선수가 되고 싶다. 자신 있다”고 강조했다.

‘만능’이 되고자 한다. 능력은 충분하다. 누구나 담금질의 시간은 필요하다. 그래야 만개할 수 있다. 박진영도 마찬가지다. 앞길이 창창한 유망주. 힘겨운 시간도 있었지만, 이제 좋아질 일만 남았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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