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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이 5일 싱가포르 센토사GC에서 열린 LPGA투어 HSBC 위민스 월드챔피언십에서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뒤 트로피를 들고 눈물을 흘리고 있다. 싱가포르 | AFP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장강훈기자] 완벽한 재기다. ‘송곳 아이언’ 고진영(28·솔레어)이 1년 만에 사상 최초 기록으로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렸다.

고진영은 5일 싱가포르 센토사 골프클럽 탄종코스(파72·6749야드)에서 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HSBC 위민스 월드챔피언십(총상금 180만달러) 최종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1개를 바꿔 3타를 줄였다. 최종합계 17언더파 271타로 우승을 따냈다. LPGA투어 통산 14승째이자 지난해 이 대회 우승 이후 364일 만에 다시 들어올린 트로피다.

굵직한 기록도 따라왔다. 올해로 15번째를 맞이하는 HSBC 위민스 월드챔피언십은 단 한 번도 타이틀 방어에 성공한 사례가 없었다. 고진영은 최초로 이 대회 2연패를 달성한 선수로 기록에 남게됐다. 더불어 18연속대회 이어지던 한국인 선수 무승도 끊어냈다. 고진영의 우승으로 2019년 박성현, 2021년 김효주 등 한국인 선수가 4회 연속 우승을 차지하는 겹경사를 누렸다. 15번의 대회에서 한국인 선수가 8번 우승해 ‘텃밭’임을 재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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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오른쪽)이 5일 싱가포르 센토사GC에서 열린 LPGA투어 HSBC 위민스 월드챔피언십 최종라운드 마지막 홀에서 퍼팅하고 있다. 싱가포르 | AFP 연합뉴스

2타 차 선두로 최종라운드를 시작한 고진영은 숙명의 라이벌 넬리 코르다(25·미국)와 한조로 플레이했다. 1번홀(파4)에서 버디를 낚으며 산뜻하게 출발한 그는 전반에만 버디 3개를 따내 3타 차 단독선두를 유지했다. 후반 첫홀인 10번홀에서 칩샷 실수로 프린지에 볼이 멈췄는데 ‘컴퓨터 아이언’으로 파 세이브를 해내고 주먹을 불끈 쥐었다. 11번홀에서 짧은 파 퍼트를 놓쳐 1타를 잃었지만 13번홀(파5)에서 버디를 낚아 사실상 우승을 확정했다.

16번홀(파5) 서드샷 후 기습 폭우로 한 시간 가량 대회가 중단됐지만, 고진영의 기세를 막을 수는 없었다. 침착하게 파 행진을 이어간 고진영은 18번(파4) 티샷이 좌측 러프로 날아들었지만, 특유의 ‘송곳 아이언’으로 볼을 핀 뒤쪽에 안전하게 내려놓았다. 그린으로 걸어오면서 관중들의 함성과 환호를 듣고 눈시울을 붉힌 그는 쏟아지는 비를 뚫고 우승을 확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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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이 5일 싱가포르 센토사GC에서 열린 LPGA투어 HSBC 위민스 월드챔피언십 최종라운드 1번홀에서 티샷하고 있다. 싱가포르 | AP 연합뉴스

대회기간 내내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며 담대한 플레이를 이어간 고진영은 지난 1년간의 마음고생을 대신하듯 뜨거운 눈물을 펑펑 쏟아냈다. 대회 첫날 이븐파로 출발했지만, 2, 3라운드에서만 14타를 줄인 저력은 세계랭킹 1위 기량을 완전히 회복했다는 것을 보여줬다.

그는 “유일한 타이틀 방어 성공이어서 너무 큰 영광이다. 정말 긴 한주였는데, 잘 마무리해서 모든 분께 감사인사하고 싶다. 나흘 내내 비가 왔는데,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신 관계자들께 감사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넬리 코르다와 경기하는 건 너무 힘들지만, 나보다 뛰어난 선수와 경기하는 건 배울 점이 있어 너무 좋다. 이기고 싶었다”며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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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이 5일 싱가포르 센토사GC에서 열린 LPGA투어 HSBC 위민스 월드챔피언십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에 입맞추고 있다. 싱가포르 | AFP 연합뉴스

HSBC 위민스 월드챔피언십에서 두 차례 우승한 건 박인비(36·KB금융그룹)에 이어 두 번째이지만, 2년 연속 우승은 처음인 것에도 “(박)인비 언니와 어깨를 나란히 한 것만으로도 큰 영광”이라고 박인비를 치켜세우며 “시즌 전에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 트로피 하나를 더 들고 싶었고, 타이틀 방어에 성공하고 싶어서 더 열심히 했다. 그리고, 해냈다”고 자랑스러운 표정을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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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진영이 5일 싱가포르 센토사GC에서 열린 LPGA투어 HSBC 위민스 월드챔피언십에서 우승을 차지한 뒤 팀 메이트에게 물세례를 받고 있다. 싱가포르 | AFP 연합뉴스

도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이자 고진영과 세계랭킹 1위 경쟁을 이어간 ‘숙명의 라이벌’ 넬리 코르다는 18번홀 버디로 단독 2위에 올랐다. 고진영이 우승 퍼트를 확정하자 뜨거운 포옹으로 축하했다. 하와이 출신으로 어머니가 한국인인 미국의 알리슨 코퍼즈와 대니얼 강이 일본의 아야카 후루에와 공동 3위(14언더파 274타)를 차지했다.

김효주(28·롯데)는 11언더파 277타 공동 8위로 2주 연속 톱10 진입에 성공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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