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수원=강예진기자] “이 페이스면 저도 잘 가늠이 안 가요.”
공격력에 제대로 물이 올랐다. 지난해 32경기에 출전해 8골을 넣었는데, 시즌 절반도 채 지나지 않은 현재 7골을 몰아치면서 득점 단독 1위로 올라섰다. FC서울 나상호(27)의 이야기다.
나상호는 29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리는 하나원큐 K리그1 2023 수원FC와 10라운드 원정경기서 멀티골을 작렬, 팀의 3-0 완승을 이끌었다.
후반 4분 역습 상황에서 널티지역에서 수원FC 무릴로의 핸드볼 반칙을 끌어냈다. 직접 키커로 나선 그는 침착하게 골망을 흔들며 시동을 걸었다. 후반 27분에는 박동진의 로빙 패스를 쫓아 페널티박스로 뛰어든 후 수비수를 제친 뒤 멀티 골을 완성했다.
서울은 직전 강원FC전 ‘오심패’의 아픔을 털어내고 승점 3을 챙겨 포항 스틸러스(승점 19)에 골득실에서 앞선 2위로 올라섰다.
경기 후 나상호는 “팀이 연패로 가지 않게 하기 위해 최선을 다해준 선수들에게 감사하다. 그리고 골을 넣을 수 있게 도와줬다. 기쁜 하루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그러면서 “솔직히 분위기가 좋지는 않았다”면서도 “심판에 의한 결과였지만, 우리가 실점의 빌미를 줬다. 그 경기에 대해서는 우리에게 책임을 돌렸다. 수원FC전 준비 잘하자는 각오로, 선수들과 하나가 됐다. 덕분에 좋은 결과를 가져올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어수선했던 분위기, 선수들은 응집력을 더욱 발휘했다. 나상호 역시 “이겨내는 힘이 생겼다. 개인적으로나, 팀적으로나 응집이 잘 되면서 이겨낼 수 있는 방법을 찾았기에 오늘도 빠르게 헤쳐나갈 수 있었다. 일단 (기)성용이 형이나, (임)상협이 형, 오스마르 등 베테랑들이 팀을 위해 희생하고, 책임감있는 모습에 후배들 하나가 된 듯하다”고 설명했다.
이날 위르겐 클린스만 남자축구대표팀 감독이 경기를 지켜봤다. 나상호는 멀티골로 눈도장을 제대로 찍은 셈이다. 그는 “클린스만 감독이 오신 걸 떠나서, 멀티골을 넣을 수 있게 동료들이 도와줬다”며 “자신감의 차이인 것 같다. 작년에는 공격에서 과감하게 할 수 있음에도 소극적이었다. 올해는 볼을 뺏기더라도 앞으로 나아가자는 의지가 생겼다. 더 공격적으로 득점하고, 좋은 플레이를 보여줄 수 있었다”고 했다.
2022 카타르 월드컵을 기점으로 한 단계 올라선 듯 보인다. 나상호는 “월드컵이 정말 많은 경험이 됐다. 해외 축구에서 윙어들의 플레이를 보기도 한다. 뺏기더라도, 저돌적으로 플레이하면 상대 수비도 위협을 느끼더라. 나도 그렇게 된 것 같다”며 웃었다.
미친 득점 페이스다. 시즌 절반도 채 지나지 않았는데 지난해의 8골까지 1골을 남겨뒀다. 이달 1일 대전 하나시티즌전부터는 4경기 연속 골을 작렬하기도 했다. 나상호는 “원래 매 시즌 두 자릿수 공격 포인트가 목표다. 올해는 공격에서의 장점을 보여주는 걸 목표로 삼았다. 근데 지금의 페이스라면 나도 가늠이 잘 안된다”고 웃으며 “최대한 많은 골을 넣고, 도움을 올리고 싶다”고 바랐다.
동료들에게도 고마움을 전했다. 나상호는 “선수들이 나한테 직접 때리라고 볼도 많이 주고, 용기를 심어준다. 강원전에서도 팔로세비치에게 패스하지 말고 내가 때렸으면 득점 확률이 더 높지 않았냐는 이야기를 하더라. 믿음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슛을 할 수 있는 이유”라면서 “오른발로만 하면 상대 수비에 간파당하기 쉽다. 다양한 위치에서 슛을 때리려면, 오른발로만 하면 안 된다. 어렸을 때부터 부모님의 의견도 있었고, 나도 노력하다 보니 자신감이 생겼다”며 활짝 웃었다. kk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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