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수원=박준범기자] 기회는 불현듯 찾아온다. 수원 삼성 골키퍼 안찬기(25)가 프로 무대 데뷔전을 치렀다.

안찬기는 11일 수원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18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맞대결에서 갑작스럽게 출전했다. 올 시즌 수원의 주전 골키퍼 양형모가 전반전이 끝난 뒤 어지러움증을 호소했기 때문이다.

안찬기는 갑작스러운 데뷔전에도 흔들림 없이 인천의 공격을 막아냈다. 그렇게 수원은 무실점 경기를 펼치며 0-0 무승부, 소중한 승점 1을 적립했다. 경기 후 수원 김병수 감독도 “고마웠다. 우려됐지만 안찬기가 침착하게 잘해줬다”고 만족감을 표했다.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만난 안찬기는 들뜨지 않고 차분했다. 그는 “인터뷰가 처음이라 조금 떨린다”라고 말문을 연 뒤 “(신)화용 쌤이 준비하라고 했고 감독님도 침착하게 하고 나오라고 말씀하셨다. 내 경기력에 대한 점수는 생각을 해보지 않았는데 50점 주고 싶다. 올라갈 곳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소감을 말했다.

“형들이 ‘괜찮다. 하고 싶은대로 하라’고 다독여줬다”라고 말한 안찬기는 “형모 형, (이)성주와 다 같이 준비를 잘해 왔다. 슛이 날아와도 막을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었다”고 돌아봤다. 이어 “형모 형은 병원에 다녀온 뒤에 축하하고 잘했다고 말하더라”라고 설명했다.

꿈에 그리던 ‘빅버드’ 데뷔다. 안찬기는 수원 유스인 매탄중~매탄고 출신이다. 그는 “(빅버드에서) 볼 보이도 했었고 이곳에서 언제 뛰어볼까라는 생각했다. 꿈에 그리던 팀과 그라운드에서 뛰니까 감회가 남달랐다. 떨리는 것도 있었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했다.

2020시즌에 수원에 합류한 안찬기에게 좀처럼 기회가 오지 않았다. 지난시즌에는 K3리그 소속이던 청주FC에서 임대 생활을 헀다. 기다림의 연속이었다. 안찬기는 “‘진인사대천명’이라는 문구가 와닿았다. 매니저도 잘 준비하고 있으면 언젠가 기회가 온다. 기회가 올 때 잘하는 모습 보여주면 또 기회가 온다. 그러면 잘할 수 있다고, 포기하지 말자고 이야기해줬다”고

기회가 올 수도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 안찬기는 “기회가 언젠가는 또 온다고 생각한다. 그 기회를 잘 잡기 위해 뒤에서 계속 준비하고 있겠다”라며 “(주전 경쟁에 대한) 자신은 있다고 항상 이야기하는데 자신 있어야 한다. 어떻게든 이겨내야 한다. 프로라는 게 상대를 이겨야 올라갈 수 있으니까 잘 준비하고 있으려 한다”고 강조했다.

수원 팬들의 응원은 힘이 된다. 안찬기는 “경기가 끝난 뒤 (팬들이) 내 이름을 외쳐주실 때 울컥했다”라며 “‘나는 언제 이 응원을 받아볼까’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감사드린다. 수원이 어떻게든 올라가려고 노력할 테니까 포기하지 않고 더 응원해주시면 보답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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