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강예진기자] “항상 고맙고 미안하죠.”

올시즌 최원권 대구FC 감독에게 베테랑의 이야기를 꺼내면 매번 돌아오는 답변이다. 그라운드 안에서 베테랑의 역할은 제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는다. 수장 역시 이를 알고 있지만, 그들의 희생에 고맙고도 미안한 마음이 가득하다.

대구는 지난 19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23 27라운드 FC서울과 원정경기서 2-2로 비겼다. 직전 5경기서 2골을 넣는데 그치며 ‘빈공’에 시달렸던 대구는 지난 7월7일 제주 유나이티드(2-1 승)전 이후 멀티골을 생산하면서 귀중한 승점 1을 챙겼다.

베테랑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이날 동점골을 만들어낸 이근호는 지난 7월15일 광주FC전 이후 4경기 만에 선발로 나섰다. 전반 8분 서울 한승규의 슛이 골키퍼 오승훈에게 맞고 들어가 자책골로 기록돼 끌려갔지만 전반 24분 이근호의 절묘한 헤더슛이 승부를 원점으로 되돌렸다.

올시즌 선발보다는 교체 투입이 주를 이뤘던 그지만, 투입될 때마다 제 역할 그 이상을 해낸다. 1985년생으로 팀 내 최고 연령자임에도 투지 있는 ‘베테랑의 역할’이 무엇인지를 톡톡히 몸소 보여주고 있다.

경기 후 최 감독은 “말이 필요 없는 선수다. 이근호라서 내보낸 건 아니었다. 훈련 태도 등 모든 모습 훌륭했다. 경기 중 적극적인 태클 역시 근호답게 했다”고 만족감을 드러내면서도 “아쉬운 건 근호가 3~4살 어렸다면 어땠을까 한다”며 웃었다.

에드가도 10경기 만에 골맛을 봤다. 이근호와 교체 투입된 그는 1-2로 끌려가던 후반 36분 머리로 동점골을 작렬했다. 1987년생으로 K리그 외국인 선수 가운데 최고령이자 팀 내 이근호 다음으로 나이가 많은 에드가지만 중요할 때 한방을 책임지고 있다. 세징야도 마찬가지. 또 지난 5일 울산 현대전 이후 경기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1986년생 미드필더 이용래 역시 중원에서 경기를 줄곧 조율해왔다.

최 감독은 “근호 뿐만 아니라 세징야, 에드가도 마찬가지다. 베테랑 선수들이 더 해줘야할 것 같다. 어린 선수들도 분명히 발전될 거라고 생각한다. 고맙게 생각한다”고 마음을 전했다.

젊은 공격 자원 고재현이 지난 5월20일 대전 하나시티즌서 시즌 5호골을 작성한 뒤 3개월 넘게 침묵 중이기에, 베테랑들에게 기댈 수밖에 없는 최 감독이다. 또 한편으로는 활발하게 그라운드를 누빌 수 있는 젊은 선수들이 조금 더 분발해야 팀이 더 높은 곳으로 올라갈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kk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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