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최규리기자] 강남을 중심으로 번진 프리미엄 햄버거 전쟁이 점점 가열되면서 국내 안정적으로 자리 잡았던 햄버거 브랜드들도 위태로운 처지에 놓였다. 햄버거 시장이 올해 5조원 규모까지 육박할 것이라고 전망되는 가운데, 국내 토종 패스트푸드 ‘롯데리아’의 존재감은 이제 시간과 함께 뒤켠으로 사라지고 있다는 평가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햄버거 시장의 규모는 2014년 2조1000억원에서 2020년 2조9600억원으로 성장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코로나19로 간편식인 햄버거에 대한 수요가 늘고, 신규 브랜드들이 시장에 진입하며 2022년 4조원을 넘어섰다”며 “올해는 5조원 규모에 육박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총성 없는 햄버거 전쟁이 한창인 가운데 신흥강자들의 위협에 국내 정통 패스트푸드 롯데리아의 행보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 2월 일본 롯데리아는 한차례 변화가 있었다. 일본 롯데가 현지에서 운영되는 롯데리아를 매각했기 때문이다.

당시 일본 현지 언론에 따르면 롯데홀딩스는 자회사인 롯데리아를 일본 외식기업 젠쇼패스트홀딩스에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 일본 현지에서는 이에 대해 일본 내에서 롯데리아 부진이 매각으로 이어졌다고 분석했다. 롯데리아는 1972년 도쿄 니혼바시에 1호점을 내고 장기간 사업을 이어갔지만, 결국 업계 1위인 맥도날드에 밀려 시장점유율을 넓혀가지 못했다.

롯데리아의 고전은 해외를 이어 국내에서도 장기간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그동안 국내에서 롯데리아와 맥도날드가 선두를 달리며 각축전을 벌여왔지만, 패스트푸드 시장은 단기간 변화하면서 업계에도 균열이 생겼다. 롯데리아-맥도날드-버거킹의 삼강 구도도 이제 끝났다는 것이 업계 의견이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 롯데리아는 고전을 버리고 새 경쟁 체제에 돌입하기보다 오래된 브랜드 인지도와 점포 수로 명맥을 이어 나가며 경쟁 중이다. 롯데리아는 국내 패스트푸드 시장에서 45%가량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으며 맥도날드가 30%로 그 뒤를 잇고 있다.

롯데리아는 한국맥도날드의 3배 이상인 1000여개가 넘는 점포 수를 운영 중이다. 둘의 점유율 차이는 15%가량으로 한국맥도날드 점포당 연평균 매출은 24억8000만원, 롯데리아는 8억6000만원이다. 이처럼 롯데리아는 그동안 점포 수로 맥도날드와 경쟁에 돌입해왔다.

이처럼 롯데리아가 막대한 점포 수로 매출률을 방어하고 있는 가운데, △한국맥도날드 △다운타우너 △파이브가이즈 △쉐이크쉑 △슈퍼두퍼까지 매우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국맥도날드는 지난해 드라이브 스루 ‘하이패스’를 적용하고 국내 지역 특산물을 기반으로 신메뉴를 개발해 해외 프리미엄 햄버거 브랜드와 차별화를 뒀다. 한화갤러리아는 한화 3남 김동선 전략본부장의 필두로 미국 유명 햄버거 브랜드 파이브가이즈를 입점시켰다. 다운타우너는 최근 광화문 오피스 상권으로 매장을 개장하며 직장인들을 주력으로 경쟁에 돌입했다.

SPC쉐이크쉑, BHC슈퍼두퍼도 이를 의식해 강남으로 이전하고 경쟁에 불을 지피면서 국내는 햄버거 포화 시장이 됐다.

이에 결국 롯데리아도 오랫동안 고집해왔던 불고기와 새우로 리브랜딩에 나서 ‘불고기 익스트림 오징어’, ‘새우 익스트림 레몬크림’ 버거 출시와 AI(인공지능)가 만든 BGM(BurGur Music) 캠페인 진행 등으로 마케팅을 선보였다. 그러나 이 같은 롯데리아의 시도조차 존재감을 부각시키기는 미흡했다고 풀이된다. 업계에선 “그 오랜 시간 햄버거 시장에 머무르면서도 선두에 오르지 못해 아쉬울 뿐”이라며 “변화의 시간이 지난 만큼, 페스트푸드 왕좌를 넘겨도 할 말이 없을 것”이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롯데GRS는 지난 2월 제품 판매 가격을 평균 약 5.1% 인상했다. 불고기버거와 새우버거의 단품 가격은 4500원에서 4700원, 세트 메뉴는 6600원에서 6900원으로 평균 200~400원 올랐다. 평균 인상률은 5.1%로 소비자 로열티도 점차 떨어지고 있는 모양새다.

롯데리아 측은 “롯데리아가 기업체 운영이 아닌 개인 점주로 운영되는 만큼 타 경쟁사들처럼 공격적으로 마케팅을 강화하거나 신메뉴를 출시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말했다.

현재 롯데리아는 비슷한 신메뉴 반복 출시와 1000여개가 넘는 점포 수, 롯데GRS의 다수 브랜드로 매출률을 방어하며 시장점유율 지켜내고 있는 상황. 업계 한 고위 전문가는 “롯데리아가 이러한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고전 이미지, 소비자 인식부터 벗어나야 한다”고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또 다른 햄버거 프랜차이즈 한 관계자는 “과거에는 롯데리아, 맥도날드, 버거킹, 맘스터치 등 브랜드 인지도로 경쟁했다면 이제는 맛과 이색 마케팅으로 승부를 보는 모양새다”며 “햄버거 시장 경쟁이 점점 치열해지는 만큼 롯데리아도 드라이브 스루, 차별화된 신메뉴 개발 등으로 고인 이미지화에서 탈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편, 롯데리아는 지난 6월 한 가맹점에서 바닥에 떨어진 빵을 재사용하려 한 사실이 드러나 뭇매를 맞았다. 이어 다른 가맹점에서도 콜라 안에서 얼음덩어리만 한 바퀴벌레가 나와 위생 논란으로 곤욕을 치른 바 있다.

gyuri@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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