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수원=윤세호기자] 시간을 되돌린 듯 전날과 똑같은 장면이 연출됐다. 같은 타자와 같은 투수가 마지막 결정적인 상황에서 마주했는데 이번에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 KT 베테랑 내야수 황재균(36)이 고우석과 이틀 연속 맞대결에서 끝내기 안타로 대역전극을 완성한 소감을 전했다.

황재균은 6일 수원 LG전에 2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장해 3안타 2타점으로 활약했다. 상대 선발 투수 케이시 켈리에 맞서 1회말 첫 타석부터 안타를 터뜨렸고 8회말에는 백승현에게 좌전 안타를 쳤다.

그리고 9회말 2-3으로 밀리고 있었던 2사 만루에서 고우석의 슬라이더를 공략해 끝내기 2타점 좌전 적시타를 날렸다. 다소 빗맞은 공이 큰 바운드를 형성했고 3루수 문보경을 넘어가며 주자 2명이 홈을 밟았다.

이 안타로 황재균은 개인 통산 9번째 끝내기 안타를 달성했다. KBO리그 역대 끝내기 최다 안타 부문 공동 7위. 현역 선수 중 끝내기 안타 10개를 기록한 강민호에 이은 공동 2위다.

이날 승리로 KT는 4연패에서 탈출했다. 황재균은 전날 개인 통산 2000, 2001안타를 친 후 9회말 고우석에게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이날은 영웅이 됐다. 2위 자리를 지킨 KT는 시즌 전적 64승 51패 2무가 됐다. 다음은 경기 후 취재진과 황재균 일문일답.

-짜릿한 승리를 만들었다. 소감은?

어제 못 쳤기 때문에 오늘은 정말 너무 치고 싶었다. 깨끗한 안타는 아니었지만 끝내기 안타를 쳐서 기분이 정말 좋다.

-어제 삼진을 당했는데 오늘은 어떤 식으로 준비했나?

어제는 변화구를 너무 많이 생각했다. 전력 분석을 했을 때 변화구가 많아졌다고 해서 너무 변화구를 생각한 것 같다. 볼카운트 2-2가 됐을 때 잘 떨어지는 커브를 참았는데 그게 머릿속에 너무 남아 있었다. 직구에 삼진을 당했는데 오늘은 변화구에 삼진을 당하더라도 직구를 앞에서 쳐야겠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갔다.

-그만큼 끝내겠다는 생각이 강했나?

무조건 내가 끝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칠 것 같다는 확신보다는 어제 못 쳤기 때문에 오늘은 쳐야 한다는 마음이 있었다.

-쳤을 때 타구를 보고 살 수 있을 것으로 봤나?

잡힐 거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살아야 하니까 1루까지 엄청 열심히 뛰고 있었다. 그런데 공이 뒤로 굴러가더라.

-어제 2000안타 기록을 달성했다. 심리적으로 안정되는 부분이 있나?

어제 이겼으면 더 좋았을 텐데 이기지 못한 게 아쉬웠다. 팀이 연패 중이고 고참인데 개인 기록에 좋아하는 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래도 오늘 연패를 끊어서 2000안타보다 더 기분이 좋다.

-선수단 분위기는 어떤가?

선수들끼리 그동안 우리가 너무 말도 안 되게 잘했다. 여기까지 올라왔는데 그래도 한 번 위기는 온다고 했다. 위기가 진짜 왔는데 마음 편하게 순리대로 하자는 얘기를 많이 했다.

-이강철 감독이 어제오늘 쓸 수 있는 카드를 모두 쓰면서 최선을 다하는 운영을 했는데.

상황이 상황이다 보니 감독님도 그렇게 운영을 하셨다고 본다. 선수로서 이에 맞춰 따르는 게 맞고 오늘 마지막에 좋은 결과를 내고 승리할 수 있어서 마음이 편하다. 감독님과 코칭스태프도 마음이 좀 편안해지지 않았을까 싶다.

-LG와 선두 싸움을 한다는 의식도 있었나?

아니다. 위를 쫓아가다가 잘못되는 것보다는 이길 경기부터 다 이기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좋은 결과가 있지 않을까 싶다.

-2번 타자로 나가는 것은 어떤가?

이전에는 5번이었는데 2번으로 나가는 것을 좋아한다. 타석에 많이 들어서는 것도 좋아하고 딱히 부담도 느끼지 않는다.

bng7@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