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LA=문상열전문기자] 1982년 프로야구 KBO 리그가 출범한 이래 오리지널 팀명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곳은 두 팀뿐이다. 삼성 라이온즈, 롯데 자이언츠다.

OB 베어스는 두산, 해태 타이거즈는 기아로, MBC 청룡은 LG 트윈스로, 삼미 슈퍼스타스는 프랜차이즈의 우여곡절을 거친 현 키움 히어로스다.

롯데는 KBO 리그에서 가장 열성적인 팬을 확보하고 있는 팀이다. 한국시리즈 우승은 1984년과 1992년이다. 현 10개 팀 가운데 가장 오랫동안 정상에 오르지 못하고 있다. 31년이다. 프로야구 원년 출범된 구단이며 두 차례 KS 정상을 차지했지만 롯데를 명문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삼성, 두산, 기아, LG, SSG는 자칭 타칭 명문이라는 용어를 쓴다. 물론 이 팀들은 명문을 지향하며 투자라든지, 구단 운영에서 앞서가는 면도 보였다. 두산의 경우 프런트가 강하다. 최초의 단장 박용민 씨가 뿌린 씨앗이 후배들에게도 교훈이 되고 있고 이제는 전통이 됐다. 두산이 투자에 소극적이면서도 늘 경쟁력을 갖춘 팀으로 시즌을 맞는 것은 프런트의 힘이다.

이에 비해 롯데는 반대다. 프런트가 매우 취약한 구단이다. 이것 역시 전통이다. 오너십이 야구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지 않기 때문에 프런트에 그대로 투영된다. 기자가 롯데를 취재한 1990년대 초반이나 2023시즌에도 큰 변화는 없다. 후진적인 구단 운영을 하고 있다.

롯데는 원년 이후 초대 조동래 단장을 시작으로 현 성민규까지 11명이 프런트의 책임자로 일했다. 이 가운데 야구를 한 단장은 기업은행 출신 박종환, 부산고와 한국전력 실업에서 이름을 날린 이철화, KBO리그 2군과 미국 마이너리그에서 총 3경기에 출장한 성민규 등 3명이다. 8명이 재무 담당의 관리 파트 출신이다.

단장들의 일화도 많다. 5공의 힘을 배경으로 단장에 오른 박종환 씨는 선수와 연봉협상 도중 자세가 삐딱하다며 “똑바로 앉아라!”라며 갑자기 선후배로 돌변한 적이 있었다. 박 단장은 경남고를 나왔다. 선수는 부산고 출신이었다.

이상구 단장은 이대호가 2010년 7관왕을 달성했을 때 연봉을 동결하자고 해 팬들로부터 뭇매를 받았다.

사실 야구단에 근무했다고 야구를 잘 안다고 생각하면 착각이다. 단순히 직장인이면 골수팬보다 야구를 모른다. 구단 운영 책임자인 터라 선수 내부적인 정보를 일반인보다 더 아는 것뿐이다 국정원에 근무한다고 모두 수사요원은 아니다.

단장 가운데 외부에서 발탁한 인사가 송정규(1991~1992년)와 성민규(2019년~현재)다. 송정규 단장은 롯데 관련 책을 출간한 게 인연이 돼 발탁됐다. 야구 명문 경남고를 나온 열혈 팬이기도 했다. 원래 배를 인도하는 도선사였다. 1992년 롯데가 KS 두 번째 우승했지만 그 해 물러났다. 당시 경기고-서울대 법대 출신의 카리스마가 강한 민제영 사장이 재임해 단장으로서 꿈을 펴보지 못했다.

송정규 이후 외부에서 수혈한 게 성민규다. 이력과 경력 등이 불투명하지만 롯데답게 KBO 사상 최연소 단장으로 발탁했다. 시카고 컵스 3경기 출장해 애리조나 메사 스프링 트레이닝지에서 시카고 컵스 유니폼을 입은 게 고위층의 눈길을 끈 계기가 된 듯하다.

단장 취임 후 프로세스를 강조하면서 한국판 테오 엡스타인으로 둔갑했다. 엡스타인은 명문 예일대 출신에 검증 된 인물이다. 2023년 메이저리그의 시간 단축, 시프트금지 등 룰 개정을 주도한 실력파다.

성민규는 2019년 단장에 부임된 터라 벌써 4년째다. 단장으로서의 능력은 이미 드러났다고 봐야한다. 부임 후 아직 한 번도 팀을 포스트시즌에 진출시키지 못했다. 단장 3년이면 능력을 발휘하고도 남을 기간이다. 언론으로부터 ‘과대평가(overrated)’ 된 인물 가운데 한 명이다.

moonsy1028@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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