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기자] LG 여름 캠프 첫 번째 입소자는 대성공이다. 지난해 후반기 토종 에이스의 모습을 재현하듯 최근 2경기에서 듬직하게 마운드를 지켰다. 이례적으로 시즌 중 리셋 버튼을 누르고 3개월 여름 캠프에 임한 김윤식이 시즌 막바지 에이스 카드로 돌아왔다.

그런데 입소자가 김윤식 한 명은 아니었다. 6월말에는 이민호, 이후 이상영도 이천으로 향했다. 이민호도 김윤식처럼 3개월의 시간을 두고 캠프처럼 다시 시즌을 준비했다.

6월 12일 상무에서 전역한 이상영은 곧바로 1군에서 두 차례 선발 등판한 후 투구 메커닉을 전면 재조정했다. 6월 21일 엔트리에서 제외된 후에도 1군에 남아 김경태, 김광삼 투수 코치와 기본기부터 다시 시작했다. 상무에서 내려갔던 팔높이가 다시 올라갔고 방향을 잡은 후 이천을 향했다.

선발진이 넉넉한 상황은 아니었다. 아담 플럿코와 임찬규 외에는 모두 불안했다. 케이시 켈리는 이례적인 기복에 시달렸고 이정용은 이제 막 선발 투수로 변화를 시도했다. 이지강이 대체 선발로 마운드에 올랐는데 이지강 또한 경기마다 모습이 달랐다.

그래도 미련을 두지는 않았다. 염경엽 감독은 안 되는 상태로 밀고 가느니 하루라도 빨리 다시 시작하는 게 낫다고 판단했다. 이민호와 이상영 모두 좋았을 때보다 구속이 크게 떨어졌기 때문에 구위 회복이 급선무라고 봤다. 단기간에 해결될 수 있는 부분이 아닌 만큼, 시간을 두고 될 때까지 기다리기로 했다.

베스트 시나리오는 김윤식을 포함해 이민호, 이상영도 시즌 막바지 구위를 회복해서 돌아오는 것. 김윤식은 되찾은 속구 구위를 앞세워 최근 2경기 10.2이닝 2자책으로 활약했다. 퓨처스리그에서 이상영도 중간 투수 등판시 최고 구속 시속 146㎞, 지난 9일 선발 등판해 최고 구속 145㎞를 찍었다. 이날 두산 2군을 상대로 61개의 공을 던졌고 5이닝 5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선발승을 올렸다. 김윤식과 이상영 모두 올해 1군 무대에서 속구 구속이 130㎞대까지 떨어졌는데 캠프를 통해 다시 일어섰다.

하지만 모든 게 잘 될 수는 없다. 2020년 신인 시절부터 150㎞를 웃도는 강속구를 구사했던 이민호가 여전히 구속을 두고 애를 먹고 있다. 이민호는 지난 12일 퓨처스리그 선발 등판에서 최고 구속이 143㎞에 머물렀다. 결과 또한 2.2이닝 8실점으로 좋지 않았다. 올시즌 첫 경기인 4월 5일 고척 키움전에서 다채롭게 변화구를 섞고 속구 평균 구속 145㎞였던 모습이 온데간데없이 사라졌다.

이번 주에도 LG는 2군에서 선발 투수 한명을 올려야 한다. 지난 9일 광주에서 열린 더블헤더 2차전에서 올시즌 처음으로 선발 등판한 손주영이 2군으로 내려갔고, 최원태 또한 지난 10일 광주 KIA전 이후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LG는 오는 14일 창원 NC전부터 15일 대전 한화전, 16일 잠실 SSG전, 그리고 17일 더블헤더로 진행되는 잠실 SSG전까지 5경기를 앞두고 있다. 케이시 켈리, 이정용, 김윤식, 임찬규 로테이션에 선발 투수 한 명이 더 필요한 상황이다.

1순위 후보는 이민호였는데 최근 모습은 이상영이 앞선다. 투구수를 늘리는 과정이라 긴 이닝을 기대할 수는 없지만 3, 4이닝을 소화해도 최소 실점 경기를 하는 게 낫다. 확대 엔트리 기간이고 불펜 투수가 상대적으로 많은 LG 입장에서는 특히 그렇다.

염경엽 감독은 현재와 미래를 두루 바라보며 선발 투수들의 방향을 잡고 있다. 김윤식은 물론, 손주영, 이민호, 이상영도 언젠가는 선발진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본다. 단기전에서는 중간 투수로 기용하는 것을 고려하면서도 기본적으로는 선발 투수의 몸을 만들도록 계획을 세운다.

이상영 또한 처음 계획은 중간 투수로서 단기전 히든 카드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실전을 준비하는 과정에서는 중간 투수가 아닌 선발 투수처럼 투구수를 늘리도록 했다. 지난 9일 퓨처스리그 두산전 호투가 이번 주 깜짝 1군 선발 등판의 예고편이 될 수 있다.

bng7@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