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대구=김동영기자] “두 번이나 말할 일은 아니지 않나.”
삼성 박진만(47) 감독이 전날 KT전에서 있었던 ‘견제구 주의’에 대해 언급했다. 순간 ‘울컥’했던 듯하다.
박진만 감독은 20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어제 주심이 한 번 김태훈을 향해 주의를 줬다. 거기까지는 이해했다. 그러더니 아예 마운드로 올라가더라”고 말했다.
이어 “순간적으로 화가 올라왔던 것이 사실이다. 두 번이나 그럴 일은 아니지 않나. 만약 우리가 순위경쟁을 하는 팀이었다면 달랐을까 싶었다”고 강조했다.
상황은 전날 8회말 발생했다. 삼성이 1-4로 뒤진 상황. 8회말 올라온 김태훈이 1사 후 배정대에게 볼넷을 줬다. 다음 타자는 김상수.
김태훈은 초구 볼을 던진 후 5구 연속 1루 견제를 했다. 이후 2구는 볼이 됐다. 3구째 투구에 앞서 견제구를 한 차례 더 던졌다. 관중석에서 야유가 나왔지만, 김태훈은 또 한 번 견제구를 던졌다.
이때 오훈규 주심이 마운드로 올라왔다. 빠른 진행을 요구한 것으로 풀이된다. 동시에 박진만 감독이 발끈했다. 엄연히 견제구도 경기의 일부다. 막을 일이 아니라 판단했다.
오히려 김태훈이 흔들렸다. 김상수에게 안타를 맞았고, 박경수를 볼넷으로 보냈다. 1사 만루. 안치영을 삼진 처리했지만, 황재균에게 2타점 적시타를 내주며 스코어 1-6이 됐다.
삼성이 김태훈을 내렸고, 최지광을 올렸다. 그러나 최지광이 강백호에게 적시타를 다시 맞아 1-7로 벌어졌다. 김태훈의 실점은 3점이 됐다.
박진만 감독은 “어제 심판팀장이 2루심이었다. 내게 설명을 해줬고, 주심에게도 하지 말라는 뜻을 전했다. 솔직히 화가 났는데, 그 모습을 보면서 좀 가라앉았다”고 돌아봤다
KBO리그 규정에는 ‘투수는 불필요한 견제구를 자제한다’는 내용이 있기는 하다. 다만, 김태훈의 견제가 ‘불필요한’ 견제였는지는 생각할 필요가 있다. 3점 뒤진 상황. 추가 실점을 막아야 한다. 게다가 견제구 횟수에 제한도 없다.
박진만 감독은 “주심에게 물어봤더니 ‘올라가기만 했고, 별 이야기 안 했다’고 하더라. 좀 이상하지 않나. 3점차면 못 따라갈 점수가 아니다. 막아야 할 것 아닌가. 많은 견제라고 하지만, 할 수 있는 상황이다. 왜 제재를 하는지 모르겠더라”며 고개를 흔들었다.
KT는 현재 2위다. 삼성은 9위. 만약에 삼성이 상위권에서 순위 싸움을 펼치는 중이었다면 어땠을까. 그래도 심판이 같은 대응을 했을까. 삼성으로서는, 박진만 감독으로서는 여러 생각이 드는 순간이었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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