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대구=김동영기자] “거포도 그렇게 치는데...”

SSG 김원형(51) 감독이 한유섬(34)의 타격을 언급했다. 범위를 좀 넓혔다. 탁월한 ‘교보재’가 됐다. 다른 선수들도 느껴야 한다고 했다. LG 신민재(27)-한화 이도윤(27)도 소환했다. 이유가 있다.

김원형 감독은 20일 대구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취재진을 만나 “한유섬이 그 큰 덩치에도 그 정도의 콘택트를 보여줬다. 그 자체로 좋은 부분이다. 이야기를 바꿔 보면, 발 빠르고 정교한 타자는 어떻게 해야 할까. 더 콘택트가 좋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타격은 정말 어렵다. 시속 150㎞짜리 속구를 쳐야 하고, 변화구도 공략해야 한다. 한유섬의 타격은, 어린 선수들이나 젊은 선수들이 배워야 한다. 2스트라이크 이후 대처가 그래서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한유섬은 19일 대전 한화전에서 2안타 2타점을 만들며 팀의 역전승을 이끌었다. 특히 7회초 절묘한 타격을 통해 2타점 적시타를 생산, 결승타의 주인공이 됐다.

2-3으로 뒤진 7회초 최정의 적시타로 3-3이 됐다. 주자 만루가 계속됐고, 한유섬이 타석에 섰다. 마운드에는 좌완 김범수가 있었다. 헛스윙 두 번에 파울을 하나 치면서 카운트 0-2로 몰렸다.

김범수가 4구째 떨어지는 슬라이더를 뿌렸다. 한유섬이 자세가 살짝 무너진 상황에서도 배트를 ‘툭’ 댔다. 결과는 좌전 2타점 적시타. SSG가 5-3으로 뒤집는 순간이었다.

기본적으로 파워가 돋보이는 선수다. 올시즌 부진하지만, 2021년 31홈런, 2022년 21홈런을 날렸다. 반대로 통산 타율은 0.270이다.

낮은 것은 아니지만, 아주 정교하다고 보기는 살짝 부족함이 있다. 2019년부터 올시즌까지 5년간 최고 타율이 0.278이다.

이런 타자가 자세가 무너지면서도 콘택트로 안타를 생산했다. ‘절묘하다’는 말이 절로 나오는 타격이다. 김원형 감독은 “그만큼 한유섬이 요즘 감이 좋다는 뜻이 된다”고 말한 후 “동시에 그런 타격을 할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주자가 있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지, 2스트라이크 이후 어떤 타격을 해야 하는지 등에 대한 이야기다.

김원형 감독은 “선수들이 훈련할 때부터 신경을 써야 한다. 여러 상황이 발생하지 않나. 대응이 필요하다. 한유섬이 그것을 보여줬다. 빠른 타자들은 더욱 그렇다”고 짚었다.

이어 “주자가 있을 때, 발이 빠른 선수들은 병살 위험이 적다. 맞추기만 하면 뭐가 되도 된다. 대신 뜬공을 치거나, 삼진을 먹으면 흐름이 끊긴다. 타자 자신의 장점을 살리지 못하게 된다”고 덧붙였다.

다른 팀 선수를 소환했다. “LG 신민재나, 한화 이도윤 같은 선수를 보라. 지금까지 크게 두각을 나타냈던 선수는 아니지 않나. 올시즌은 다르다. 좋은 타격을 보여준다. 우리 선수들이 자극받았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주자가 없을 때와 있을 때는 다르게 접근해야 한다. 주자가 없으면 자기 스타일대로 하면 된다. 주자가 있으면 뭔가 악착같은 모습이 필요하다. 여기서 봐도 보인다. 기술적인 부분도 중요하지만, 마음도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결과적으로 한유섬이 SSG에 오랫동안 쓸 수 있는 ‘영상 자료’를 생산한 셈이 됐다. 자기 스타일을 버리라는 의미가 아니다. 상황에 따른 타격이 중요하다는 뜻이다. 야구는 언제나 복잡한 법이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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