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항저우=김민규기자]우리네 전설 ‘페이커’ 이상혁은 그야말로 ‘다 가진’ 월드스타다. 실력은 기본, 월드클래스 커리어와 인성에 심지어 아시안게임 은메달까지...그리고 ‘단 하나’ 그에게 금메달은 없다. 이제 금빛 사냥의 시간이다.

출발이 순조롭다. 항저우 아시안게임(AG)에 출전 중인 한국 LoL 태극전사들은 25일 중국 항저우 e스포츠 센터에서 열린 조별 예선 A조 경기에서 홍콩과 카자흐스탄에 압승을 거두며 이변 없이 조 1위로 8강 진출을 확정했다. 한국 LoL 대표팀이 8강까지 걸린 시간은 단 40분. 특히, 이상혁이 출전한 카자흐스탄과의 예선 두 번째 경기 승리까지 불과 17분 컷이었다. ‘압도적’이란 말 밖에 떠오르지 않았다.

이상혁에게 이번 항저우 대회는 어쩌면 마지막이 될 수도 있는 태극마크다. 월드클래스 커리어를 쌓은 이상혁이지만 금메달은 없다. 우승을 향한 강력한 동기부여가 된다.

이상혁은 지난 2013년 프로에 데뷔한 후 11년간 T1(옛 SK텔레콤 T1)의 미드라이너로 활약해 온 유일무이한 ‘원클럽맨’이다. 국내 리그인 ‘LoL 챔피언스 코리아(LCK)’ 통산 10회 우승을 비롯해 국제대회인 ‘미드 시즌 인비테이셔널(MSI)’ 우승 2회(2016·2017년), 세계 최고 권위의 대회인 ‘LoL 월드챔피언십(롤드컵)’ 우승 3회(2013·2015·2016년) 등을 기록하며 명실상부 세계 최고의 선수로 우뚝 섰다.

그의 인기는 아시안게임이 열리는 항저우에서도 실감할 수 있었다. 지난 22일 이상혁을 필두로 한 한국 LoL 국가대표팀이 항저우 공항에 내리는 순간, 입국장에는 이상혁을 기다리는 100여명의 팬들과 취재진들이 모여 장사진을 이뤘다. 현장에서 만난 한 중국 팬은 “‘페이커’를 보러왔다. 이곳에 있는 대부분이 ‘페이커’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뜨거운 환영 열기 속에 이상혁을 조금이라도 가까이서 보기 위한 몸싸움이 일어나기도 했다.

LoL 대표팀은 8강에서 사우디아라비아를 제압하면 4강에서 ‘숙적’ 중국과 만난다. 강력한 우승후보인 한국과 중국의 대결은 사실상 결승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대결의 승자는 결승에 올라 금메달이 유력하다.

더군다나 이상혁은 중국에 갚아야할 빚도 있다. e스포츠가 시범종목이었던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서 중국에 패배해 아쉽게 은메달에 만족해야 했기 때문. 올해는 정식종목으로 초대 금메달이란 타이틀도 걸렸다. 그만큼 각오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이날 조별 예선경기를 마친 후 만난 이상혁은 “중국은 굉장히 강적이다. 겸손한 마음으로 부담 없이 임하고 싶다”며 “지난 대회 아쉬움이 있지만 새로운 도전이기 때문에 이번 대회에만 집중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번 항저우 대회는 e스포츠가 정식종목이 된 것 자체로 의미가 크다. 그래서 더욱더 간절할 수 있다. 그리고 어쩌면 마지막일지 모를 우리의 전설 이상혁의 금빛 발걸음을 위하여. km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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