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항저우=김동영기자] 한국 수영이 환희에 젖었다. ‘드림팀’이 남자 계영 800m에서 사상 첫 금메달을 품었다. 황선우(20)와 김우민(22·이상 강원도청) 쪽으로 스포트라이트가 쏠렸다. 그러나 ‘진짜’ 원동력은 따로 있다.

황선우-김우민-양재훈(25·강원도청)-이호준(22·대구광역시청)이 출전한 남자 수영 대표팀은 계영 800m에서 압도적인 경기력을 선보이며 당당히 금메달을 따냈다.

7분01초73이라는 아시아 신기록을 작성했다. 2009 로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일본이 기록한 7분02초26을 무려 14년 만에 깼다.

투자와 노력의 결과다. 한국 수영은 계영 800m를 전략 종목으로 채택했고, 집중 육성에 들어갔다. 2년 전 열린 2020 도쿄 올림픽에서 7분15초03을 기록했다.

1년이 흐른 2022년 6월 세계선수권 예선에서 7분08초49를 만들며 한국 신기록을 작성했고, 결선에서 7분06초93을 찍으며 다시 한국 신기록을 썼다.

지난 7월 열린 세계선수권에서는 7분04초07을 만들었다. 또 한국 신기록. 전체 6위에 올랐다. 항저우에서 방점을 제대로 찍었다. 7분1초73을 만들었다. 아시아 신기록 작성이다.

관심은 황선우와 김우민 쪽으로 쏠릴 수밖에 없다. 황선우는 한국 수영선수로는 최초로 세계선수권 2년 연속 메달을 딴 선수다. ‘간판’이다. 김우민은 중장거리에서 세계적인 선수로 성장했다. 이번 아시안게임 4관왕을 노린다.

이 2명 만으로 금메달은 무리다. 단체전이기 때문이다. 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동료들이 필요하다. 일단 이호준이라는 걸출한 멤버가 있다. ‘드림팀’의 일원으로서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양재훈이다. 계영 선수 중 맏형이다. 냉정하게 봤을 때, 다른 선수들과 비교해 살짝 처지는 감은 있다. 기록이 그렇다. 그러나 이번 아시안게임에서 자기 몫을 완벽하게 수행했다.

결승에서 첫 주자로 나섰다. 한국의 파격적인 작전이었다. 제대로 통했다. 양재훈은 1분46초83을 기록하며 2위로 터치패드를 찍었다. 이어 이호준이 1분45초36으로 1위에 올라섰고, 김우민-황선우가 끝냈다.

양재훈의 예선 기록은 1분49초00이다. 어차피 예선과 결선을 비교하는 것은 무리다. 대신 지난해 7월 후쿠오카 세계선수권 당시와 비교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당시 양재훈은 3번째 영자로 나서 1분48초35를 기록했다.

1초52를 뺐다. 거의 2초 가까이 단축했다. 1번 영자로서 자기 역할을 완벽히 수행했고, 금메달의 발판을 단단하게 쌓았다. 개인 종목 없이 딱 계영 800m만 뛰는 선수다. 그 어느 대회보다 양재훈의 지분이 크다.

또 있다. 결승에 뛰지 않은 이유연(23·고양시청)과 김건우(23·독도스포츠단)다. 이들은 예선에서 역영을 펼쳤다. 이유연이 1번 영자, 김건우가 2번 영자로 나섰다. 이어 양재훈-김우민이 각각 3번과 4번으로 물살을 갈랐다.

사실 양재훈이 주목받기 전에는 이유연도 주축이었다. 베스트 멤버를 추리면서 살짝 밀린 감은 있다. 그래도 없으면 안 되는 선수다. 김건우도 마찬가지다.

예선만 뛰어도 엄연히 국가대표다. 덕분에 황선우와 이호준이 체력을 안배할 수 있었고, 결승에서 폭발적인 모습을 보일 수 있었다. 그 어떤 드라마나 영화도 주연만 있는 경우는 없다.

마음껏 기뻐했다. 목표로 삼았던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땄다. 다음은 세계다. 세계선수권과 올림픽에서도 메달을 바라볼 수 있는 기록이 나왔다. 6명이 힘을 합쳐 만든 결과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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