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샤오싱=김동영기자] 그야말로 ‘혼돈’의 3회말이 됐다. 심판의 경기 운영이 ‘엉망’이다. 규칙 적용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좋은 기회가 허공에 날아가고 말았다.
한국은 1일 중국 저장성 샤오싱의 샤오싱 야구&소프트볼 센터 제1구장에서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 B조 조별 라운드 1차전 홍콩과 경기에서 8회 현재 4-0으로 앞서 있다.
선발 원태인이 맹위를 떨쳤다. 4회초까지 탈삼진 7개를 뽑으며 무실점을 만들었다. 피안타는 딱 1개다.
의외로 공격이 신통치 않았다. 1회말 1점을 뽑기는 했다. 문보경의 적시타로 1-0 리드를 잡았다. 이후 3회말 다시 기회를 만들었다. 최지훈의 번트 안타와 상대 실책, 노시환의 볼넷으로 무사 1,2루가 됐다.
이후 강백호가 우측으로 잘맞은 타구를 만들었다. 빠지면 장타가 될 만한 타구. 그러나 홍콩 우익수 응야우팡이 다이빙 캐치로 잡아냈다. 곧바로 2루로 던졌다. 최지훈은 2루로 귀루했다. 이때 (귀루가 늦었다고 판단해) 아웃 판정이 나왔다.
문제는 이후다. 어쨌든 최지훈은 하프웨이로 상황을 지켜봤는데, 노시환은 안타로 확신, 전력으로 뛰었다. 2루 주자 최지훈을 지나쳐 거의 3루에 도달했다가 강백호의 타구가 잡힌 것을 확인했다.
홍콩 야수진이 2루를 거쳐 1루로 던졌고, 트리플 플레이 판정이 나왔다. 최지훈의 귀루가 늦었다는 판정이 내려졌으므로, 홍콩 선수들은 환호하며 더그아웃으로 돌아갔다.
한국 더그아웃에서 어필을 했다. 심판진이 모여 논의했고, 2사 2루로 정정했다. 최지훈의 귀루가 빨랐다는 판단으로 읽혔다. 문제는 최지훈을 ‘추월’한 노시환의 아웃처리 여부.
야구규칙 제7조 8항에는 ‘베이스 러닝을 하는 중에 앞주자를 앞지르든지, 역주하다가 앞주자에게 추월을 당하든지, 언제나 뒷주자가 아웃이 된다’고 명시돼 있다. 또한 야구규칙 5.09 ‘아웃’ 9항에는 ‘후위주자가 아웃되지 않은 선행주자를 앞질렀을 경우, 후위주자가 아웃’이라고 규정했다. 간단히 말해 주자가 뒤바뀌었을 때 뒤에 있는 주자가 아웃이라는 뜻이다.
규칙에 따르면, 노시환은 최지훈을 지나친 순간 아웃 확정이다. 그리고 최지훈은 귀루했지만, 최초 판정은 아웃이었다. 트리플 플레이로 봐도 무방한 상황. 그러나 아시안게임은 비디오판독이 없고, 최지훈의 귀루가 빨랐다고 볼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한국의 어필은 당연했다. 논의 끝에 2사 2루로 정정됐다. 그러나 홍콩 감독이 나와 10분가량 항의했다. 제스처로 판단했을 때, 2루를 (야수가) 찍고, 1루에 송구해 (누를)찍었기 때문에 아웃이라고 하는 듯했다. 그러나 노시환을 잡기 위해 1루로 던지는 것은 의미가 없다. 추월로 이미 아웃이기 때문이다.
어수선한 상황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심판이 갑자기 2루 주자 최지훈을 1루로 보내라고 지시했다. 최지훈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1루로 내려왔다. 한국 이종열 주루(1루)코치가 또 항의했고, 심판이 설명했다.
야구 규칙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판정이다. 2루를 점유한 주자가 1루로 돌아오는 경우는 없다. ‘환장 파티’는 계속됐다. 홍콩 감독이 나와 주자를 바꿔야 한다고 어필했다. 그러더니 (2루주자이면서 귀루에 실패한 것으로 판정된)최지훈은 벤치로 돌아가고, (선행주자를 추월해 자동아웃이 됐어야 한) 노시환이 1루에 섰다.
노시환이 강제로 부활한 셈이다. 대신 멀쩡히 자기 베이스를 점유했던 최지훈이 사라지고 말았다. 한국 벤치에서 계속 어필했지만, 심판은 미소를 지으면서 무언가 설명만 할 뿐, 달라진 건 없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관계자는 “추월이 발생하면 후위 주자가 아웃되는 것이 맞는데 뭔가 판정이 이상하다”며 “주자가 추월한 것은 잡아내지 못하고, 2루 주자만 포스아웃으로 처리한 것으로 보인다”며 답답해했다.
결국 3회말 한국은 득점하지 못했다. 4회말 김혜성의 2타점 2루타가 터져 3-0으로 간격을 벌렸지만, 프로 선수가 출전할 만한 대회는 아니라는 일부 주장이 설득력을 얻는 장면이 연출됐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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