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광주=황혜정기자] “우린 아직 가을야구 포기하지 않았어요”

힘줘 말하는 그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얼굴을 보니 결연했다. 그리고 그의 모자엔 불의의 부상으로 시즌을 조기 마감한 선수들(1번 박찬호, 34번 최형우, 47번 나성범)의 등번호가 새겨져 있었다. KIA타이거즈 마무리 투수 정해영(22)은 더 나은 투구로 팀의 가을야구(포스트시즌)진출을 반드시 이끌 것이라 다짐했다.

정해영은 8일 광주-KIA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라이온즈와 홈경기에서 2-1로 한 점 앞선 9회말 구원 등판해 2사 1,3루 위기를 막아내고 시즌 20번째 세이브를 올렸다. 이날 세이브를 올리면서 정해영은 2021시즌부터 3연속시즌 20세이브를 기록했다. KBO리그 역대 15번째 진기록이자, 순수 KIA구단 선수로는 첫 번째다.

경기 후 취재진과 만난 정해영은 “너무 못 던졌다. 깔끔하게 막지 못했다”며 자책했다. 그는 “삼자범퇴로 깔끔하게 이닝을 막았으면 더 기분좋고, 20세이브에 자부심이 생겼을텐데 운 좋게 수비수들이 많이 도와줘 20세이브를 올릴 수 있었던 것 같다”며 불만족스런 표정을 지었다.

3연속시즌 20세이브는 순수 KIA 소속으로 정해영이 처음이다. 임창용이 지난 1997~1998시즌에 해태 타이거즈 소속으로, 1999시즌엔 삼성 소속으로 3연속시즌 20세이브를 달성한 적은 있지만, KIA 구단에서만 한 선수가 이 기록을 올린 건 정해영 뿐이다.

자부심이 들만한 기록이지만, 정해영은 계속해서 “만족스러운 세이브는 몇 개 안 된다. 기록은 쌓여가지만, 아직도 매번 고전하는 기분”이라고 돌아봤다. 올 시즌 구속 저하 등으로 고전했던 정해영은 “아무리 공이 좋아도 안타를 맞을 때도 있고, 그 반대인 경우도 있다. 경기를 마무리 짓고 결과만 생각하려고 했다”고 말했다.

정해영은 스스로도 ‘어떻게 하면 깔끔하게 막을 수 있을지 많이 고민한다’고 밝혔다. 그는 “올해 유독 생각을 많이 하고 있다. 초반에 몸 상태가 내 생각보다 많이 안 올라와서 그 부분도 많이 생각했고, 또 이제 시즌 마지막이니 지금 잘 유지하고 잘 끝내는데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정해영은 “힘겹게 5강 싸움을 이어가고 있지만, 우리는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다 같이 힘내서, 나도 더 잘막아서 최대한 이기도록 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et16@sportsseoul.com

정해영 KBO리그 통산 기록

2020시즌(데뷔): 5승 4패 11홀드 1세이브, ERA 3.29

2021시즌: 5승 4패 34세이브, ERA 2.20

2022시즌: 3승 7패 32세이브, ERA 3.38

2023시즌(8일 현재): 3승 4패 1홀드 20세이브, ERA 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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