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기자] 1983년 멕시코 세계청소년선수권대회(FIFA U-20 월드컵 전신)에서 한국의 4강 신화를 지휘한 박종환 전 축구대표팀 감독이 세상을 떠났다. 향년 87세.

대한축구협회(KFA)는 ‘박종환 원로가 7일 밤 별세했다’고 8일 밝혔다. 빈소는 서울 용산구 순천향대병원 장례식장이다.

1936년 황해도 웅진에서 태어나 춘천고~경희대를 졸업한 박 전 감독은 대한석탄공사에서 선수 생활했다. 1960년 말레이시아에서 열린 제2회 아시아청소년선수권대회(AFC U-20 챔피언십 전신)에서 태극마크를 달고 뛰었다. 선수 은퇴 후엔 지도자는 물론 국제심판으로 활동하기도 했다.

축구인으로 가장 빛난 순간은 단연 세계청소년선수권 4강 신화다. 당시 ‘박종환호’는 스코틀랜드와 조별리그 첫판에서 0-2로 졌지만 개최국 멕시코와 호주를 나란히 2-1로 격파하고 8강에 올랐다. 이후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도 2-1로 이기면서 4강을 달성했다. 특히 공수 요원 모두 지칠 줄 모르는 체력과 근성으로 그라운드를 누비면서 해외 언론은 한국 축구를 향해 ‘붉은 악령’으로 불렸고, 이는 현재 한국 축구의 상징과 같은 ‘붉은 악마’의 시초가 됐다.

박 전 감독은 1990년대 중반까지 A대표팀 지휘봉도 잡았지만 1996년 아시안컵 본선에서 이란에 2-6 참패한 뒤 물러났다. 이후 일화 천마 초대 감독으로 1993~1995년 K리그 3연패를 이끌면서 재기에 성공했고 이후 여자축구연맹 회장과 대구FC, 성남FC 초대 감독직을 수행했다.

박 전 감독은 지난 1985년 6월22일 스포츠서울 창간호 1면 주인공으로도 기록된다. 본지는 당시 ‘88감독 박종환, 프로팀 간다’는 제하의 기사를 단독으로 실었다. 세계청소년선수권 4강 기적을 일궈낸 뒤 국민적 인기를 구가하던 박 전 감독의 프로 전향 선언은 국내 스포츠계에 큰 파장을 일으켰다.

아마추어 축구 기수인 박 전 감독은 올림픽팀을 이끌고 제15회 대통령배 국제축구대회를 마친 뒤 효창구장 내 서울시청팀 숙소로 돌아와 본지와 만나 “아마추어와 프로를 총망라한 최고 수준의 단일팀을 이끌고 올림픽 메달을 따내는 것이 변함없는 나의 목표”라고 전제한 뒤 “이후 프로무대에서 새 바람을 일으키는 것이 자신의 야망”이라고 밝힌 적이 있다. 당시 창단을 준비 중인 2~3개 기업에서 창단작업의 전권 위임을 전제로 박 전 감독과 교섭 중인 것도 본지가 보도했다. 실제 박 전 감독은 이후 서울올림픽 직전까지 88팀을 이끌었고 우여곡절 끝에 1989년 일화천마 창단 사령탑을 맡았다.

한국 축구의 굵직한 역사를 써내려 온 박 전 감독은 최근 요양병원에서 생활하다가 코로나19에 감염된 뒤 패혈증 증세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10월7일 늦은 밤 별세했다. 그의 아내는 2016년 먼저세상을 떠났다. 유족은 1남1녀가 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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