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00여억원을 투입해 SM엔터 주가 올려” 혐의
[스포츠서울 | 원성윤기자] 배재현 카카오 투자총괄대표가 SM엔터테인먼트 경영권 분쟁 과정에서 시세 조종을 했다는 혐의로 19일 구속됐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임원들에 대한 구속영장은 기각됐다.
19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남부지법 김지숙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지난 18일 오후부터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를 받는 배 대표와 투자전략실장 강모씨,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전략부문장 이모씨 등 3명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배 대표에 대해 “증거인멸 및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금융감독원 자본시장특별사법경찰(특사경)은 배 대표 등이 지난 2월 SM엔터 경영권 인수전 경쟁 상대인 하이브의 공개매수를 방해할 목적으로 2400여억원을 투입해 SM엔터 주가를 하이브의 공개매수 가격 이상으로 끌어올렸다고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배 대표 변호인단은 “하이브와의 SM 경영권 인수 경쟁 과정에서 지분확보를 위한 합법적인 장내 주식 매수였고 시세조종을 한 사실이 없다”며 “하이브나 SM 소액주주 등 어떤 이해 관계자들에게도 피해를 준 바 없음에도 구속영장까지 청구한 것은 유감”이라고 밝혔다. 이들은 영장 혐의사실 관련해서 법정에서 충실하게 소명하겠다는 입장이다.
배 대표는 지난 2015년 카카오에 ‘빅딜팀장’으로 합류하면서 카카오가 엔터사업에 진출하는 활로를 연 인물이다. 특히 지난 2016년 음원서비스 멜론을 운영하는 로엔엔터테인먼트를 1조 8700억원 규모로 인수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후 배 대표는 투자전략실장, 투자총괄대표를 역임하며 타파스, 래디쉬 인수 및 카카오엔터테인먼트 투자 유치 등 인수합병을 주도했고 지금의 ‘카카오 공룡’을 만들어냈다.
특사경은 이번 카카오·카카오엔터의 인수합병에서 금융당국에 주식 대량 보유 보고도 하지 않은 혐의도 있다고 보고 있다. 자본시장법에 따르면 본인이나 특별관계자가 보유하는 주식의 합계가 발행주식 등의 5% 이상이 되면 이를 5영업일 이내에 금융위원회 등에 보고해야 한다. 지난 2월 카카오·카카오엔터테인먼트는 공개매수 기간을 포함해 장내에서 SM 발행 주식 수의 4.91%에 해당하는 116만7400주를 매수했다고 공시했다.
특사경이 피의사실 요지에 ‘5%룰 위반’을 포함한 것은 카카오와 카카오엔터테인먼트 외 특수관계자 등이 개입해 사실상 5%를 넘었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하이브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를 목전에 둔 상황이었는데, 카카오가 시세 조종을 하며 개입했다는 게 나중에 소문이 돌기 시작했다”며 “하이브는 SM 인수를 통해 다양한 레이블 차원에서 수직계열화를 하고, K-엔터 산업을 새롭게 꽃 피우려고 했는데 그게 뜻대로 되지는 않아 당시 방시혁 의장이 아쉬워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핵심 경영진의 구속으로 카카오의 투자 결정에도 차질이 불가피해질 전망이다. 이번 구속영장 신청 대상에서 김범수 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은 제외됐지만, 실체가 밝혀지면 윗선을 향한 수사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최근 카카오를 떠난 남궁훈 전 대표는 급여를 받지 않겠다고 선언했지만, 올해 상반기 스톡옵션 행사로 94억원 가량의 차익을 거둬 카카오 경영진을 향한 내부 불신도 극에 달해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불똥이 SM엔터테인먼트로 튈 경우 카카오엔터와 추진 중인 해외합작 사업에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는 일각의 전망도 제기된다.
지난 8월 카카오엔터와 SM엔터는 북미 현지 통합법인을 출범해 SM엔터 글로벌 지식재산권(IP)과 제작 역량과 카카오엔터 음원·음반 유통 네트워크와 멀티 레이블 시스템 등 양사 특장점을 한데 모아 시너지를 만들어 내겠다고 한 바 있기 때문이다. 통합법인 대표는 장윤중 카카오엔터 아메리카 대표로, 카카오엔터 글로벌 전략담당(GSO)이자 SM엔터 최고비즈니스책임자(CBO)를 맡고 있다.
socool@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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