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인천=강예진기자] “시즌 말미에 걱정이 많았는데 (이들이) 한시름을 덜어줬다.”

평소 감정과 표정을 잘 드러내지 않는 감독이지만 이날만큼은 달랐다. 이야기하면서 입가에 서서히 번지는 미소가 조성환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의 기분을 대변했다.

올시즌 3개 대회를 병행한 인천은 시즌 막바지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전북 현대와 축구협회(FA)컵 준결승(1-3 패)을 시작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 4차전 산둥 타이산(1-3 패) 그리고 전북(1-1 무) 리그전까지 공식전 3경기서 승리가 없었다. 여기에 주전 선수들의 부상 이탈로 베스트 11의 절반 이상이 바뀌었다. 온전하게 경기를 소화할 수 있는 외인은 에르난데스뿐이었다.

하지만 반전의 서막을 열었다. 지난 24일 K리그 37라운드 경기서 울산 현대를 3-1로 격파했다. 무고사와 제르소, 이명주(이상 무릎), 음포쿠(종아리), 신진호(발목), 문지환(스포츠탈장) 등이 모두 명단서 제외됐지만, U-22 자원 홍시후와 박현빈과 최우진, 박승호, 천성훈 등의 ‘젊은 엔진’들이 일을 냈다. 박승호는 선제골이자 자신의 프로 데뷔골을 터뜨렸다. 또 홍시후도 1골1도움으로 맹활약했다.

끝이 아니다. 기세는 ACL까지 이어졌다. 4일 뒤 열린 ACL 조별리그 5차전에서 요코하마를 2-1로 꺾었다. 울산전 때와 달라진 자리는 수비(권한진→김동민) 한 자리였는데, 이날도 영건들의 활약이 돋보였다. 홍시후의 선제골을 시작으로 박승호, 최우진 등이 중원을 부지런히 누볐다. 에르난데스의 결승 골까지 더해져 승전고를 울렸다.

우연이 아니다. 이들은 지난달 광주FC전에서도 선발로 출격해 2-0 승리를 이끈 바 있다. 주전 선수들의 부상 이탈로 스쿼드가 급격하게 얇아져 사령탑의 고심이 깊어졌지만, 이들의 꾸준한 활약에 조성환 감독의 입가엔 미소가 번졌다.

조 감독은 “우려하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지만, 준비과정에서 동기부여가 있었다고 본다. 현재는 젊은 선수들의 경기력이 기대보다 더 두각을 나타내고 있어 긍정적으로 생각한다. 감독으로서 시즌 말미에 걱정이 많은데 한시름 덜어주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젊은 엔진들이 침체했던 분위기를 ‘확’ 끌어올렸다. 동시에 인천은 ACL 16강 진출과 리그 4위를 통한 2024~2025시즌 AFC 클럽대항전을 목표로 마지막까지 사력을 다할 기회를 잡았다. 또 “내년이 정말 기대된다”는 조 감독의 말처럼 차기시즌에 대한 기대감까지 부풀릴 수 있게 됐다. kk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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