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용인=정다워기자] 어느 때보다 빠르게 지나간 2023년. 폰푼(31·BK기업은행)은 지난해보다 더 나은 2024년을 그린다.

폰푼은 2023~2024시즌 아시아쿼터 1순위로 기업은행의 지명을 받아 V리그에 데뷔한 태국 출신 세터다. 현역 국가대표 선수로 ‘세터 기근’ 현상이 심화한 한국 무대에서 차원이 다른 경기 운영 능력을 선보이며 호평받고 있다. 개막 직전에야 팀에 합류해 새로운 동료와 손발을 맞출 시간이 부족했지만, 경기를 거듭할수록 호흡이 맞아가고 있다. 세트당 세트 성공 횟수가 1라운드(9.042회), 2라운드(10회), 3라운드(11.320회)로 늘어나는 게 방증이다.

◇“한국행 후회한 적 없다”

폰푼은 이번시즌 V리그가 처음 도입한 아시아쿼터를 통해 한국에 들어왔다. 태국은 국제 대회에서 워낙 자주 만나는 팀이라 폰푼은 배구 관계자는 물론이고 팬 사이에서도 유명한 선수였다. 세터는 호흡이 중요한 포지션이라 기업은행의 선택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었지만, 폰푼은 압도적인 실력으로 팀의 사령관 역할을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 경기 내적으로는 물론이고 외적으로도 무리 없이 녹아드는 모습이다. 인터뷰를 진행한 크리스마스에도 폰푼은 용인 기흥연수원 훈련장에서 눈을 만지며 즐거워했다.

폰푼은 “한국 적응은 이미 마쳤다. 향수병은 아예 없다. 한국이라는 나라가 너무 좋다. 상상했던 그대로다. 태국은 더운 나라라 한국의 추운 날씨가 오히려 좋다. 한국 사람도 친절하고 상냥하다. 숙소 주민들도 인사를 먼저 하기도 한다”라면서 “오늘도 한복을 입어 기분이 좋다. 저번에도 눈 오는 날 한복을 입고 경복궁에 가 사진을 찍었다. 이런 경험이 너무 즐겁다. 한국 음식도 좋아한다. 떡볶이, 어묵을 특히 좋아한다. 비빔냉면이나 불고기도 좋아한다. 김치는 최근에 계속 시도하고 있다”라고 말하며 웃었다.

이어 폰푼은 “사실 V리그 일정은 너무 타이트하다. 체력적으로 확실히 힘들기는 하다. 너무 힘들어서 아무것도 하기 싫을 때도 있다. 그래도 내가 해야 할 일이니까 잘 치료받고 회복하며 준비한다. 막상 훈련하고 경기하면 즐겁다. 재미있는 시즌을 보내고 있다”라고 긍정적으로 얘기했다.

◇“한국 배구, 더 나아질 것”

한국 배구는 위기에 직면했다. 남녀부 모두 지난해 아시안게임에서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반면 폰푼이 이끄는 태국은 동메달을 따냈다. 이제 한국이 태국에 뒤진다고 봐야 한다.

하지만 폰푼은 “많은 사람이 한국 배구가 약해졌다고 이야기하는데 과거와 비교할 때 크게 다르다고 보지는 않는다. 다만 변화하는 과정에서 맞춰가는 부분이 더 필요할 뿐이라고 생각한다. V리그에서 경기해보면 모든 팀에 정말 잘하는 선수가 있다. 잘 조합하고 맞추면 한국 배구는 더 강해질 것이라 확신한다”라고 말했다.

폰푼은 이번시즌 한국 최고의 선수인 김연경을 적으로 상대하고 있다. 그는 “김연경 선수는 내가 더 어리고 후배인데 경기장에서 먼저 찾아와 인사를 건넸다. 내가 미안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실력도 대단한 선수인데 자세나 태도도 돋보이는 것 같다. 경기 중에는 한 수 위에 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정확하게 알고 하는 선수라는 생각이 든다. 모든 면에서 선수들의 롤모델이 될 만한 사람”이라며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웠다.

◇“기업은행, 봄배구 갈 수 있다”

1라운드에 기업은행은 2승4패를 기록했다. 2라운드에는 3승3패, 3라운드에는 5승1패로 점점 발전하고 있다. 폰푼과 동료의 호흡이 맞아가는 게 원동력이다. 1일 현재 기업은행은 승점 31을 기록하며 3위 GS칼텍스(34점)에 3점 뒤진다. 현재 상황이면 준플레이오프가 성사된다.

폰푼은 “나는 팀에서 새로운 선수다. 당연히 맞춰 가야 할 부분이 많다. 아베크롬비와 친한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사실 다른 동료와도 모두 친하다”라면서 “훈련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경기를 통해 서로 어떤 스타일인지 알아가야 했다. 어려움도 있었지만 생각보다 빨리 적응하고 서로 맞춰가고 있다. 우리 팀은 성장하고 있다. 조금 더 지켜봐야 알 수 있겠지만 개인적으로 봄배구에 갈 수 있다고 본다”라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기업은행을 이끄는 김호철 감독은 현역 시절 명세터였다. 같은 포지션의 폰푼은 “감독님은 다른 사람이 생각하는 이미지 그대로다. 가르치는 부분은 엄격하지만 다른 면에서는 좋은 분이다. 처음 왔을 때부터 토스에 크게 관여하지 않을 것이라 이야기하셨고 실제로 그렇게 하신다. 동료와 맞춰가는 부분에 관해 주로 이야기하신다. 도움이 많이 되고 있다”라고 말했다.

◇“한국행 무조건 추천, 기회 되면 계속 있고 싶다”

아시아쿼터 도입 첫 시즌에 들어온 폰푼은 자신의 태국 동료에게 한국행을 ‘강추’한다고 했다. 그는 “아무래도 나는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는 성격이라 큰 고민 없이 한국에 올 수 있었다”라며 “태국을 비롯한 다른 아시아 국가 선수들에게 무조건 추천하고 싶다. 선수로서 많은 나라를 다녀봤다. 한국은 선수 생활을 하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운동 환경도 좋고 열기도 뜨겁다. 많은 장점이 있는 곳”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 팬 사이에서는 벌써 폰푼의 여권을 압수해야 한다는 농담이 나온다. 다음시즌에도 폰푼을 보고 싶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폰푼은 “경기장이나 SNS를 통해 많은 팬이 칭찬하는 것을 안다. 정말 감사하다”라면서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 계속 뛰고 싶은 마음도 있다. 다만 계약에 관한 결정은 늘 알 수 없다. 지금 당장 결론을 이야기할 수는 없을 것 같다. 확실한 것은 기업은행에서 계속 뛰는 것도 좋고 한국의 다른 팀을 경험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는 사실”이라고 미래에 관해 입을 열었다.

◇“2023년 대박, 나도 대견하다”

폰푼은 지난시즌 종료 후 태국 대표팀 일정을 정신없이 소화했다. 발리볼네이션스리그를 비롯해 아시아선수권대회, 아시안게임 등 주요 대회를 연이어 뛰었다. 폰푼은 “2023년에는 정말 ‘대박’이었다. 대표팀 일정이 너무 많아서 루마니아 대회에 다녀오면서 싼 캐리어가 아직 그대로 있다. 짐도 풀지 못했다. 이렇게 연이어 뭔가를 이룬 것은 처음”이라며 “나에게 수고했다는 말을 웃으며 하고 싶다. 힘든 일도 많았지만 견뎌내 대견하다. 나를 버리지 않고,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와 기특하다”라며 자신을 칭찬했다.

이어 그는 “이제 한 살 더 먹는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 건강 관리를 더 잘하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대학원에서 스포츠 쪽 석사 과정을 밟고 있다. 더 열심히 공부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내 미래를 더 착실하게 준비하려고 한다”라는 새해 계획을 이야기했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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