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떠날 때 그 사람의 진가가 드러난다. 베테랑 내야수 김민성(36)이 그렇다. 이별하면서도 서로를 바라보며 밝은 미래를 기원했다. 유니폼은 바뀌지만 미소 지으며 잠실 혹은 사직에서 재회할 LG와 김민성이다.

5년 동행에 마침표가 찍혔다. LG와 롯데는 26일 나란히 김민성의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프리에이전트(FA) 김민성과 LG가 2+1년 7억원 보장, 최대 9억원 FA 계약을 맺고, LG는 김민성을 롯데에 보내면서 내야 유망주 김민수(26)를 받았다.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김민성은 LG 잔류가 유력했다. 이미 한 차례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물색했으나 조건이 맞지 않았다. LG가 김민성에게 제안한 2년 5억원에 계약을 맺는 흐름이었다. 김민성 측에서 계약 규모를 상향시켜주기를 바랐지만 LG는 샐러리캡 이슈로 인해 입장을 바꾸지 않았다. 대신 은퇴 후 지도자 연수를 보장했다.

그런데 캠프가 눈앞으로 다가온 최근 상황이 급변했다. 이전에 계약을 논의했던 롯데가 다시 협상 테이블을 마련했다. 롯데에서 상향된 계약 조건을 건넸다. 그리고 LG와 롯데가 트레이드 카드를 맞췄다. 25일 밤부터 26일 아침까지 세부 사항을 조율했고 이번 겨울 두 번째 사인 앤드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첫 번째는 키움과 SSG의 이지영 사인 앤드 트레이드다.

LG 차명석 단장은 사인 앤드 트레이드 발표 후 “서로에게 잘된 일이라고 생각한다. 샐러리캡 등 여러 가지 이유가 있어 김민성에게 더 좋은 조건을 제시할 수 없었다. 앞으로 육성해야 하는 젊은 내야수도 있다”며 “그래서 김민성에게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열어줬다. 계약이 마무리된 후 김민성이 고맙다고 하더라. 우리도 5년 동안 김민성에게 고마웠다”고 미소를 건넸다.

시계를 5년 전으로 돌리면 차 단장의 첫 번째 미션이 김민성 영입이었다. 당시 양석환의 군입대로 무주공산이 된 핫코너를 채우는 게 프런트 지휘봉을 잡은 차 단장의 첫 과제였다. 차 단장은 FA 영입과 트레이드를 두루 알아본 후 김민성의 사인 앤드 트레이드를 완성했다. 전소속팀 넥센과 계약에 도달하지 못한 FA 김민성과 3년 18억원에 계약했다. 트레이드 반대급부는 현금 5억원이었다.

2019시즌을 앞두고 핀스트라이프 유니폼을 입은 김민성은 기대대로 핫코너를 든든히 지켰다. 2021시즌부터 타석에서 하향곡선을 그렸지만 3년차 신예였던 문보경이 도약하면서 자연스럽게 주전 3루수 세대교체가 이뤄졌다. 남다른 리더십으로 후배들을 이끌면서 늘 모범이 됐다. 백업 선수지만 늘 훈련과 루틴에 충실했다.

통합우승을 달성한 2023년. 김민성은 시즌 초반 유격수 오지환의 부상 공백을 메웠다. 이후 2루와 3루, 1루까지 등 내야 전포지션을 맡았다. 항저우 아시안게임 기간에는 문보경의 대표팀 승선에 맞춰 다시 주전 3루수로 나섰다. 우승 과정에서 결코 비중이 적지 않은 김민성이다.

두 번째 FA 자격을 얻은 김민성은 시장에 나왔다. LG 잔류를 고려했지만 한편으로는 선수로서 가치와 기회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LG에서는 지난 3년과 마찬가지로 백업으로 뛸 확률이 높다. 반면 롯데에서는 LG보다 출장 기회가 많을 전망이다.

마지막 FA 계약인데 계약 규모 또한 롯데가 2배 가량 컸다. 김민성 에이전트는 인센티브 2억원에 대해 “큰 부상만 없으면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수준이다. 매 경기 주전으로 나오지 않더라도 달성할 수 있게 롯데 구단이 배려해주셨다”고 밝혔다. 14년 만에 롯데로 돌아온 김민성을 통해 한화로 떠난 2루수 안치홍의 대안을 마련한 롯데다.

LG는 일장일단이다. 백업 내야수로서 더할 나위 없이 든든한 김민성 이탈은 전력에서 마이너스다. 대신 차 단장이 말한 것처럼 샐러리캡에는 여유가 생겼다. 투수진 최고 연봉을 받았던 고우석이 빅리그에 진출했다. 지난해 연봉 1억8000만원, FA 계약시 연봉 2억원 이상인 김민성도 이적했다.

차 단장은 김민성 계약 전에도 샐러리캡 기준선 아래에서 2024시즌에 돌입한다고 밝힌 바 있다. 인센티브에 따라 샐러리캡 기준선을 넘길 수 있다고 했는데 2억원 이상의 여유 공간이 생겼다.

더불어 유망주 육성도 강조했다. 차 단장은 “이왕 이렇게 된 거 젊은 선수들을 잘 키워보겠다. 김민수는 현장 평가가 좋다. 작년 2군에서 제일 잘 치는 타자가 이주형과 김민수였다. 2군에서는 더 보여줄 게 없는 타자라는 평가다. 우리 팀에 오면서 분위기도 바뀐 만큼 기회를 주겠다”고 밝혔다.

김민수은 2023시즌 퓨처스리그에서 56경기에 출장해 타율 0.331 7홈런 35타점 OPS 0.982로 활약했다. 다만 1군에서는 25경기 타율 0.209 OPS 0.599에 그쳤다. 롯데에서는 잠재력을 터뜨리지 못했던 김민수다.

김민수 외에 손호영, 구본혁, 그리고 6월 상무에서 전역하는 이영빈까지 백업 내야 자원이 많은 LG다. 주전 내야진은 1루수 오스틴 딘, 2루수 신민재, 3루수 문보경, 유격수 오지환으로 리그 최고 수준이다.

처음 김민성에게 기대했던 핫코너는 이미 문보경이 맡고 있다. 이제 김민성을 대신할 첫 번째 백업 내야수를 육성할 차례다. 다가오는 애리조나 캠프에서 내야수들의 엔트리 진입 경쟁이 한층 치열할 전망. 2024 신인 내야수 손용준 또한 애리조나 캠프에 참가한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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