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울산=김용일 기자] 지방구단의 한계를 깬 ‘신 축구도시’ 울산 신드롬은 2024시즌도 지속할 조짐이다. 지난 1일 K리그1 3연패에 도전하는 울산HD와 포항 스틸러스의 ‘하나은행 K리그1 2024’ 공식 개막전이 열린 울산문수경기장 일대는 그야말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일본인 미드필더 에사카 아타루의 선제 결승골로 울산이 포항을 1-0으로 제압한 날. 울산문수경기장엔 2만8683명 구름 관중이 몰렸다. 2018년 K리그 유료관중 집계 도입 이후 울산 홈 개막전 최다 관중. 직전 기록은 지난 시즌 전북 현대와 공식 개막전 2만8039명이다.

홍명보 감독 체제에서 지난 2022년 17년 만에 K리그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울산은 지난해 사상 첫 2연패까지 달성했다. 울산은 홍 감독 지휘 아래 ‘원 팀 문화’를 장착하며 제2 전성기를 보낼 뿐 아니라 김광국 대표이사 중심으로 프런트도 ‘1등 시대’를 열어젖혔다.

특히 선수단 라커룸을 개방해 제작한 자체 다큐멘터리 ‘푸른파도’ 성공을 바탕으로 수도권으로 팬 확장에도 성공했다. 여기에 시설관리공단으로부터 F&B 사업권을 따내 다채로운 상품을 내놓으며 관중몰이에 성공하고 있다. 지난 시즌에만 경기당 7000만원 이상 매출을 올리는 등 지방 구단 한계를 넘어서며 성적과 흥행,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

울산 홈경기가 열리면 전국 각지에서 푸른 유니폼을 입고 팬이 몰리는 건 더는 이상한 일이 아니다. 지난 시즌 울산은 19차례 홈경기에서 34만5990명의 관중을 유치, 구단 역사상 단일 시즌 최다 관중 기록을 썼다. 포항과 이번시즌 개막전 역시 킥오프 4시간여를 앞둔 오전 10시께에도 울산 KTX 역에 푸른 유니폼을 입은 팬이 상당수 몰렸다.

수도권 팬이 이른 시간에도 울산문수경기장을 향하는 건 구단의 다채로운 마케팅 활동과 맞닿아 있다. 지난 시즌 울산은 모기업 지원을 제외한 자체수입 160억 중 마케팅 활동으로만 106억의 매출을 기록했다. 입장권 43억, 스폰서십(그룹사 제외) 32억, F&B 14억, 상품 17억이다.

그중 구단 인기 지표로 꼽는 유니폼 판매량만 1만 5000장이다. 2021시즌(3200장)의 약 5배, 2022시즌(5400장)의 3배 수준이다. 팬의 수요를 고려해 울산 구단은 K리그 사상 처음으로 유니폼 프리오더를 진행했다. 시즌 개막 전 판매량만 6000여 벌로 알려졌다. 포항전 당일에도 유니폼 판매 부스에 가장 많은 팬이 줄을 섰다.

울산은 이번시즌 경기장 내 지역 유명 먹거리를 곁들여 특색 있는 F&B 서비스, MD 사업을 내세우고 있다. 개막전 당일 장내 스낵코너 ‘미타푸드’엔 지역 브루어리와 협업한 구단 맥주 ‘울산 라거’를 비롯해 마스코트 미타의 지식재산권(IP)를 활용한 초콜릿, 샌드, 케이크 등 자체 브랜드(PB) 먹거리가 눈에 띄었다. 어린이를 둔 가족 단위 팬이 몰렸다. 남녀 초등생 2명과 경기장을 찾은 박문수(43) 씨는 “홈경기 분위기가 프리미어리그(EPL) 못지 않은 것 같다. 축구보는 것도 좋지만 놀이공원에 온 기분이고 먹거리도 만족스럽다”고 웃었다.

구단은 울산문수경기장의 애칭인 ‘빅크라운’의 대대적인 브랜드 강화 작업에도 애쓰고 있다. 지역 ‘핫 플레이스’로 영역을 넓히겠다는 의지다. 유명 브랜드 매장 입점과 더불어 경기장 주변 특색있는 곳을 활용해 사진 촬영 스폿을 두는 ‘인스타그래머블’ 전략, 상시 스타디움 투어 등을 기획 중이다. 110만 시민을 보유한 울산이 어느덧 ‘K리그 챔피언’ 타이틀을 넘어 프리미엄을 지닌 수도권 구단이 벤치마킹하는 ‘축구 도시’로 거듭나고 있다.

한편, 개막 라운드에서는 울산 뿐 아니라 전북과 대전하나시티즌전이 열린 전주월드컵경기장(2만4758명), 광주FC와 FC서울전이 펼쳐진 광주축구전용구장(7805명) 등도 나란히 홈개막전 최다 관중 기록을 세웠다. 지난 시즌 1,2부 통틀어 300만 관중을 돌파하며 역대 최고 흥행 시즌을 쓴 K리그 열기가 이번시즌에도 심상찮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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