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제주=김용일 기자] “마인드 컨트롤하려고 했는데….”

봄기운이 가득한 제주도에서 김보미(NH농협카드)의 꿈이 이뤄지는 듯했다. 그러나 1%가 모자랐다. 눈시울이 살짝 붉어진 그는 아쉬운 마음을 숨기지 않았다.

그는 17일 제주 한라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SK렌터카 제주특별자치도 LPBA 월드 챔피언십’ 결승에서 선배 김가영(하나카드)과 겨뤄 풀세트 접전 끝에 3-4(9-11 11-10 11-3 11-5 10-11 2-11 3-11)로 역전패했다. 세트 스코어 3-1로 앞서며 커리어 첫 우승컵을 품는 듯했으나 5~7세트를 내리 내주며 준우승했다.

김보미는 이번 월드 챔피언십까지 LPBA 데뷔 이후 무려 11차례 4강에 올랐다. 그러나 우승 연이 없다. 이번 대회 결승에서 지난 2022~2023시즌 8차 투어(크라운해태 챔피언십)에서 거둔 역대 최고 성적 준우승을 넘고자 했으나 ‘우승 경험자’ 김가영의 막판 기세에 밀렸다.

세트 스코어 3-1로 앞선 가운데 맞이한 5세트는 당분간 잊지 못할 기억이 됐다. 그는 6-6으로 맞선 10이닝에 난구에도 예리한 앞돌리기와 옆돌리기, 뱅크샷으로 챔피언 포인트를 만들었다. 우승이 보였다. 그러나 긴장감을 떨치지 못한 그는 김가영의 난조에도 15이닝까지 공타로 돌아섰다. 결국 김가영이 14이닝에 10-10 동점을 만들었고 16이닝에 남은 1점을 채웠다.

기세를 올린 김가영은 6세트에 하이런 10점을 기록, 손쉽게 김보미를 제압하며 풀세트 승부로 끌고 갔다. 중압감이 커진 김보미는 고비를 넘기지 못했다. 김가영에게 LPBA 통산 7번째이자 월드 챔피언십 두 번째 우승컵을 내줬다.

경기 직후 김보미는 “너무 아쉽지만 이번시즌 마무리는 내가 생각한 것보다 잘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역전 우승을 내준 것엔 “경험 부족도 있었고, 그 순간(챔피언 포인트를 얻었을 때) 기자분이나 경기 해설하시는 분 등이 챔피언 포인트에 집중이 돼 있었다. 그런 압박을 이겨내지 못한 게 패인인 거 같다”고 말했다. 또 “옆돌리기 칠 때가 결정적인 패인이다. 편하게 치자고 했는데 힘이 들어갔다. 다 생각이 난다”며 “타격이 들어갔다. 그 순간 어깨가 굳은 거 같다”고 했다.

김보미가 우승했다면 프로당구 최초 ‘부녀 챔피언’이 탄생했다. PBA에서 활동 중인 아버지 김병호(하나카드)는 2019~2020시즌 7차 투어(웰컴저축은행 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른 적이 있다.

공교롭게도 김병호는 김가영의 소속팀 주장이다. 그는 딸의 첫 우승 도전에도 현장을 찾지 않았다. 부담스러울 밖에 없었다. 김보미는 “원래 아버지가 오시려고 했다. 그러나 하나카드의 캡틴이지 않느냐. 가영 언니와 치다 보니 응원하기가 애매했을 것”이라며 “하나카드에서 아버지를 모셔 오려고 한 것으로 안다. 그런데 ‘이건 아닌 거 같다’면서 결국 안 오셨단다”고 말했다.

안타까운 그의 준우승에 취재진도 질문을 아낄 수밖에 없었다. 김보미는 “(결승전을) 한 번 경험했으니 덜 긴장할 것으로 여겼다. 챔피언 포인트로 좁혀질 때 마인드 컨트롤을 하려고 노력했는데 생각보다 잘 안됐다”며 분을 삼켰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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