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SSG 주전 1루수가 정해지는 듯했다. 고명준(22)이 앞서는 것 같았다. 끝이 아니다. 전의산(24)이 다시 붙었다. 이숭용 감독도 계속 경쟁이라 했다.

전의산과 고명준은 스프링캠프부터 경쟁했다. 한 조를 이뤄 훈련했다. 개인적으로 둘은 절친이다. 전의산이 2020년 1라운더, 고명준이 2021년 2라운더다. 2살 차이로 또래다.

고명준은 올시즌 7경기에서 타율 0.217을 치고 있다. 30일 삼성전에서 2안타를 쳐 데뷔 첫 멀티히트 경기를 치렀다. 전의산은 첫 네 경기에서 안타가 없었다. 아직 뭔가 안 맞는 모습.

이숭용 감독은 “언젠가 주전을 정해야겠지만, 지금은 고명준과 전의산 둘 다 보고 있다. 계속 경쟁이다. 둘 다 파워가 좋다. 정말 열심히 하고 있다. 수비도 좋아졌다. 기회를 주고 싶다. 조금씩 앞서가는 선수가 보이기는 한다”고 말했다.

기용을 보면 살짝 고명준 쪽으로 기우는 감이 있었다. 전의산이 1루수로 나가도, 고명준을 지명타자로 같이 냈다. 31일 많은 것이 변했다. 전의산의 한 방 때문이다.

전의산은 전날 삼성전에서 교체로 들어간 후 3-3으로 맞선 11회초 첫 타석을 맞이했다. 마운드에는 삼성 마무리 오승환. 6구째 바깥쪽 낮은 포크볼을 받아쳐 가운데 담장을 넘겼다. 올시즌 첫 안타가 결승포였다.

오승환이 못 던진 공이 아니었다. 좌타자 바깥쪽 낮은 코스, 정확히 딱 코너로 들어간 공이다. 절묘한 제구였다. 이 공을 때려 홈런을 만들었다. 전의산의 힘이 오승환의 제구를 이긴 셈이다.

이 한 방으로 1루 경쟁에 다시 불이 붙었다. 전의산은 “(고)명준이와 친하다. 신경이 안 쓰인다면 거짓말이다. 둘 다 잘했으면 좋겠다. 그러면 팀에도 플러스 아닐까”고 말하며 웃었다.

사실 보여준 것은 전의산이 더 많다. 1군 데뷔 시즌인 2022년 77경기에서 13홈런을 터뜨렸다. 최정-한유섬의 뒤를 이을 ‘거포’의 탄생이라 했다.

2년차인 2023년 더 잘하고 싶었다. 의욕이 넘쳤다. 그러나 56경기에서 타율 0.201, 4홈런에 그쳤다. 2024시즌을 바라봤다. 입대도 미뤘다.

스프링캠프에서 정말 열심히 했다. “내가 못 했다. 열심히 해서 기회를 다시 잡아야 한다. 2022년이 운이 아니었다는 점을 증명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시범경기에서 홈런 두 방을 때렸다.

문제는 후보가 전의산 하나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고명준도 좋았다. 캠프에서 이숭용 감독의 눈을 확 사로잡았다. 실제로 정규시즌에서 전의산보다 많은 경기에 나서고 있다.

고명준은 “항상 타석에서 생각이 많았던 것 같다. 심플한 마음으로 공 하나하나에 집중하니 좋은 타구가 나왔다. 감독님께서 계속 기회를 주신다. 좋은 모습 보여드리겠다. 팀 승리에 이바지하겠다”고 강조했다.

고명준이 우타, 전의산이 좌타다. 나란히 터지면 최상이다. 최정-한유섬 ‘시즌2’다. 이 감독도 “둘이 올라와서 중심을 잡아주면 우리도 다시 200홈런 시즌 만들 수 있다고 본다”며 기꺼워했다.

물론 아직 갈 길이 멀다. 꾸준히 보여줘야 한다. 사령탑도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다. “콘택트 유형의 타자들은 바로 효과가 나온다. 홈런 30개 이상 칠 수 있는 타자들은 시간이 필요하다. 눈 감고 있어야 한다. 기다려줘야 한다”고 짚었다.

1루수 자리가 하나이기에 결국 승자도 하나다. 누가 웃을까. 동반 폭발해 SSG의 고민이 깊어지게 만들 수 있다면 최상이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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