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동영 기자] “오타니와 이야기? 보지도 못했다.”

‘야구의 신’에게 자꾸 흠집이 생긴다. 도박 이슈가 여전한 가운데 이번에는 홈런공이 문제다. ‘거짓말’을 했다는 점이다. 오타니 쇼헤이(30·LA 다저스)가 또 구설에 휘말렸다.

미국 디 애슬레틱은 5일(한국시간) “오타니가 다저스에서 친 첫 번째 홈런공을 잡은 팬이 있다. 환호했지만, 이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다. 보안요원들이 압력을 행사해 공을 뺏어갔다고 호소했다. 오타니도 만나지 못했다”고 전했다.

오타니는 4일 샌프란시스코와 홈경기에서 다저스 입단 후 첫 대포를 쐈다.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9경기 만에 날린 홈런이다. 시즌 1호포이기도 했다. 당연히 현장은 난리가 났다.

홈런을 쳤으니 잡은 이도 있기 마련이다. 암바 로먼과 알렉시스 발렌수엘라 부부가 주인공이었다. 외야에서 오타니의 홈런공 쟁탈전이 벌어졌다. 발렌수엘라도 몸을 날렸고, 승자가 됐다. 남편이 공을 잡자 로먼도 환호했다. 공을 들고 인증샷도 남겼다.

‘이도류’로 빅리그를 평정하고 10년 7억 달러 계약을 따낸 역사적인 인물이다. 만장일치 MVP 2회라는 전대미문의 업적도 세웠다. 이런 선수가 다저스 유니폼을 입고 첫 홈런을 쳤다. 당연히 가치가 높다.

동시에 오타니는 공을 돌려받고 싶었다. 일반적이라면 선수는 공을 돌려받는 대신 팬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기념품을 전한다. 사진도 같이 찍는다. 이정후 역시 첫 홈런공을 잡은 팬의 가족과 나란히 사진을 찍었다. 사인볼과 모자로 선물했다.

오타니도 그렇게 한 줄 알았다. “팬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공도 돌려받았다. 정말 특별한 공이다. 여러 감정을 느낀다. 돌려받을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알고 보니 이게 아니란다. 로먼과 발렌수엘라 부부는 오타니를 직접 보지도 못했다고 강조했다. 디 애슬레틱은 “공이 떨어졌을 때 12명의 보안요원이 붙었다. 이들 부부는 사인 모자 2개, 사인 배트와 공을 들고 집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고 전했다.

로먼은 “다저스 보안요원이 ‘공을 집으로 가져가면 진짜 공인지 여부에 대한 검증을 거부하겠다’고 했다. 그들의 위협에 공을 넘겨주는 것 외에 선택지가 없었다”고 말했다.

발렌수엘라는 “우리는 이득을 갈취하려고 하는 것이 아니다. 돈에 굶주린 사람도 아니다. 특별한 순간이었고, 특별한 공이다. 공정한 보상을 원할 뿐이다”고 강조했다.

일단 다저스는 별다른 반응이 없다. “우리는 팬들과 거래에 대해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우리는 열려 있다”고만 밝혔다.

디 애슬레틱은 “로먼과 발렌수엘라는 다저스 팬이다. 오타니가 홈런공을 챙겼다는 점은 기쁘게 생각한다. 대신 현실은 또 현실이다. 다저스가 팬을 대하는 방식에 회의감을 느꼈다”고 적었다.

오타니 관련 각종 물품이 경매에 올라 있다. 오타니가 2021년 친 파울볼도 있다. 오타니가 사인도 했다. 경매에서 1만4995달러(약 2028만원)라는 가격이 붙었다.

오타니의 첫 홈런공이라면 가치가 얼마나 될까. 디 애슬레틱에 따르면 경매업체에서는 이 공을 경매에 부칠 경우 10만달러(약 1억3500만원) 가치가 있다고 본다. 이들 부부의 주장이 맞는다면, 다저스는 이 정도 가치의 공을 ‘강탈’한 셈이 된다.

최근 오타니는 전 통역사 미즈하라 잇페이의 도박 스캔들로 곤욕을 치르고 있다. 오타니 명의로 송금 내역이 확인됐다. 오타니는 ‘몰랐다’고 항변했지만, 현지에서는 ‘몰랐을 리가 없다’고 의심한다.

이런 상황에서 팬과 구설수가 다시 생겼다. 기분 좋게 홈런을 쳤는데, 공을 회수하는 과정에서 매끄럽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 한없이 깨끗한 이미지였던 오타니에게 자꾸 탈이 나고 있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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