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문학=김동영 기자] 순간적으로 험악한 장면이 연출됐다. 그래도 큰 충돌은 없었다. 삼성과 SSG의 경기에서 벤치클리어링이 발생했다.

삼성은 14일 인천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2024 KBO리그 SSG전에서 2-9로 크게 패했다. 선발 원태인이 6이닝 4실점으로 주춤했고, 이승민이 2이닝 5실점으로 좋지 못했다.

9회에 상황이 발생했다. 김헌곤의 투런포로 0-9에서 2-9가 됐다. 이병헌의 안타가 나왔으나 이성규-김지찬이 아웃되며 2사 1루가 됐다. 구자욱이 타석에 섰다. 마운드에는 박민호.

박민호의 초구 시속 135㎞짜리 속구가 구자욱의 등 뒤로 날아갔다. 순간적으로 움찔한 구자욱은 그대로 배트를 내려놓고, 헬멧을 벗으며 박민호 쪽으로 다가갔다. 크게 화가 난 것으로 보였다.

박종철 주심이 구자욱 앞을 막아섰고, SSG 포수 김민식이 급하게 구자욱을 붙잡았다. 그러나 구자욱은 흥분을 가라앉히지 못했다. 이후 모든 선수들이 벤치를 비우고 나왔다.

한유섬이 구자욱에게 다가가 만류했다. 삼성 쪽에서도 구자욱을 다독였다. 길게 가지는 않았고, 큰 충돌 없이 이내 정리됐다. 다시 승부가 이어졌다. 구자욱은 중견수 뜬공으로 아웃됐다. 그대로 경기가 끝났다.

앞서 7회말 나온 상황이 시작점으로 풀이된다. SSG가 4-0에서 기예르모 에레디아의 스리런 홈런이 터져 7-0이 됐다. 한유섬이 타석에 섰다. 투수는 이승민이다.

초구 볼 이후 2구째 던진 시속 139㎞ 속구가 한유섬 쪽으로 향했다. 한유섬이 몸을 틀었으나 피할 수 없었다. 몸에 맞는 공. 이날 부상 복귀전을 치렀기에 더 예민할 수 있었다.

한유섬이 순간적으로 불편한 기색을 내비쳤다. 별 문제 없이 한유섬이 1루로 나갔다. 이승민은 모자를 벗고 한유섬을 향해 인사했다. 이후 9회초 박민호의 투구가 구자욱 뒤쪽으로 날아갔다.

보복구는 지양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야구계에서 없어지지 않는 부분이기도 하다. ‘당한 대로 돌려준다’는 의식은 여전히 있다.

이날 SSG가 의도적으로 그랬는지 알 수는 없다. 단순히 박민호의 투구가 손에서 빠졌을 수도 있다. 그러나 구자욱은 ‘고의’라 느낀 듯하다. 크게 뒤진 상황에서 발생한 일이기에 더 ‘울컥’한 것으로 보인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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