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고척=윤세호 기자] 다채롭게 득점했다. 시원한 장타로 빅이닝을 만들 줄도, 절묘한 작전으로 1점을 뽑을 줄도 알았다. 그렇게 지난해 통합 우승을 이뤘고 올해도 우승 후보로 꼽혔다.

그런데 최근 모습은 정반대다. 장타는 실종됐고 작전은 실패한다. 최근 10경기 평균 3.3득점에 그친 디펜딩 챔피언 LG 얘기다.

전반기 막바지 ‘상승’이 아닌 ‘버티기’를 천명했다. 그만큼 상황이 좋지 않았다. 부상자가 이제 겨우 돌아오기 시작했다. 불펜은 다시 퍼즐을 맞추고 시험하는 단계다. 그래서 5할 승률만 넘기기를 바랐다. 하지만 최근 10경기 4승 6패로 5할 이하.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이기지 못하면 5할을 맞추지 못한다.

원인은 뚜렷하다. 타격이 완전히 식어버렸다. 마운드는 높은데 타선이 빈타를 반복한다. 기록만 봐도 알 수 있다.

지난달 22일부터 지난 3일까지 최근 10경기 평균자책점은 2.77. 이 기간 1위다. 리그 유일 2점대 평균자책점으로 2위 삼성의 3.39와 차이도 있다. 반대로 팀 타율은 0.247으로 8위. 팀 OPS(출루율+장타율)는 0.642로 9위다. 최근 10경기 중 5득점 이상을 올린 경기가 두 번밖에 없다.

특별한 일은 아니다. 144경기 마라톤을 치르다 보면 구간마다 기복이 있기 마련이다. 타격이 특히 그렇다. 주축 선수들의 타격 사이클이 하향 곡선을 그리면 팀 전체가 슬럼프에 빠진다. 연속 안타가 터지지 않고 장타가 줄어드니 점수를 뽑는 데 애를 먹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이길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출루 후 도루, 진루타, 작전으로 1점을 뽑을 수 있다. LG가 지향하는 야구도 그렇다. 거포의 홈런이 가장 좋지만, 장타가 나오지 않으면 빠른 주자를 활용해 득점한다. 지난해 팀 장타율 1위(0.394)와 도루 1위(166개)를 두루 달성했다.

올해는 균형이 깨졌다. 팀 장타율 7위(0.404)다. 도루는 125개로 여전히 1위인데 목표로 삼은 성공률 향상은 미비하다. 도루 성공률 68.7%로 지난해 62.2%보다 약 6% 상승에 그쳤다. 도루 실패 외에 주루사의 비중도 높다. 주루사 32회로 이 또한 리그 최다 1위다.

지난 2일 고척 키움전이 그랬다. 8회초 1사 3루에서 리드폭을 넓히기 위해 세이프티 스퀴즈 작전을 걸었다. 타자 신민재가 번트를 시도했고 3루 주자 박해민이 홈으로 질주했다. 번트 타구를 투수 주승우가 잡으려는 순간 박해민이 멈췄다. 런다운에 걸려 타자 주자 신민재를 2루까지 진루시키려는 의도로 보였다. 그런데 주승우는 공을 한 번에 잡지 못했고 박해민은 다시 홈으로 질주하다가 홈 태그아웃됐다.

이에 앞선 7회초에는 도루 실패로 추가점을 뽑지 못했다. 대주자 김대원이 2루 도루를 시도했는데 키움 배터리 피치 아웃에 걸렸다. 키움 입장에서는 볼카운트에 여유가 있었다. 바깥쪽으로 하나 빼면서 김대원의 움직임에 대비할 수 있었다.

염경엽 감독은 두 번의 실패 상황을 자신과 코칭스태프 잘못이라고 전했다. 감독과 코치가 선수에게 상황에 맞는 플레이를 한 번 더 주지시키지 못한 점을 반성했다. 염 감독은 “스퀴즈 상황에서 투수에게 타구가 갈 경우, 3루 주자는 무조건 홈으로 질주해야 한다. 2루 도루를 할 때는 볼카운트를 고려하고 포수의 위치를 확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리고 이를 다시 코치와 선수들에게 주입할 것을 강조했다.

과제가 뚜렷하다. 전반기 목표 이상을 달성할 수 없게 됐지만 흐름상 브레이크가 반가울 수밖에 없다. 식어버린 타선과 느슨해진 정교함을 정비할 필요가 있는 LG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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