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짐’이란 표현은 ‘지금 이 순간’을 말한다

[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무대의 커튼이 걷히고 오케스트라의 음악이 공연장을 울리는 순간부터 150분. 그렇게 뮤지컬은 시작한다.

배우들은 관객들의 감성을 자극하며 자신의 배역에 집중한다. 뮤지컬 특성상 대사보다 많은 넘버(노래)를 소화해야 한다. 감정만으로 작품의 흐름을 이끌어야 하니, 순간의 방심도 허용하지 않는다. 그렇다 보니 체력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에너지 소모가 커, 배우들이 무대 뒤에서 쓰러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고 한다.

그래서 개막 전 마지막 점검단계인 드레스 리허설을 진행한다. 간단한 소품과 의상만 마련된 상태에서 넘버만 부르는 쇼케이스와는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관객만 없을 뿐 배우들과 오케스트라, 스태프들 모두 본 공연과 동일한 컨디션으로 최종 예행연습에 임한다.

매 공연 작품에 따라 리허설하는 모습이 다르다. 무술 등과 같이 무대에서 합을 맞춰야 하는 경우가 아니면, 혼자 또는 같이 자기 루틴대로 연습 후 무대에 오른다.

평소 리허설과 드레스 리허설 간 확연한 차이가 바로 이 부분이다. 공연에 앞서 모든 리허설이 중요하지만, 드레스 리허설 중 ‘실수’는 배우 자신을 ‘테스트’하는 과정이다. 즉, 드레스 리허설은 ‘완벽’할 순 없지만, ‘완성’해가는 시간이다.

20일 개막한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에서 ‘폴리냑 부인’ 역할을 맡은 배우 박혜미는 “내가 어디까지 할 수 있는지 체크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자 귀한 시간”이라며 “내 안에 있는 걸 끝까지 끄집어낼 수 있는지, (체력이) 어디까지 버틸 수 있는지, 얼마나 (에너지를) 꺼냈을 때 관객들에게 피드백을 받을 수 있는지 등을 살핀다”라고 덧붙였다.

◇ 관객과 함께한 3번의 드레스 리허설,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지난해 12월 뮤지컬 콘서트 ‘베르사유의 장미’로 관객들에게 먼저 선보인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는 7개월 만인 지난 16일 서울 충무아트센터 대극장에서 대장정의 막을 열었다.

2014년 왕용범 작가 겸 연출이 이케다 리요코에게 보낸 편지로 시작된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는 작품 속에 10년의 노고가 그대로 담겨있다. 뮤지컬 콘서트 당시 작품의 대본, 의상 등 모두 준비됐었으나, 초연이니만큼 더 심혈을 기울여 이 자리에 이르게 됐다.

한 공연을 위해 헌신을 다 한 배우들과 스태프들, 그리고 기다려준 팬들을 위해 EMK뮤지컬컴퍼니는 지난 14~15일 세 차례에 걸쳐 진행한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드레스 리허설에 관객들을 초대했다.

공연 직전 진행하는 드레스 리허설을 공개하는 건 이례적으로, 관객들도 기대작을 가장 먼저 관람하기 위해 모집 기간 열정의 불씨를 태웠다는 후문이다.

김지원 EMK뮤지컬컴퍼니 부대표는 “‘뚜껑은 열어봐야 안다’라는 말이 있지 않은가. 공연은 영화와 달리 관객 반응을 보고 수정 가능해, 관객 반응은 작품 제작 측면에서 피드백을 더욱 디테일하게 살릴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관객들에게도 색다른 경험을 선사할 수 있다는 것도 하나의 이유다. 김 부대표는 “보통 드레스 리허설은 오픈하지 않기 때문에 관객들은 연습 과정의 한 부분을 볼 수 있는 기회”라며 “작품에 대한 충성심도 높아질 수 있어 홍보마케팅 관점에서 공개했던 것”이라고 전했다.

배우들도 관객들과 함께 펼치는 작품의 첫 장이기 때문에 본 무대에 오르는 것처럼 설레면서도 긴장했다고 한다.

박혜미는 “공연에서 마지막 강점을 찍는 건 바로 관객이다. 배우들이 아무리 열심히 해도 봐주는 사람이 없으면 무의미하다. 소수의 관객이었지만, 공연 후 박수와 환호로 답해줘 가장 힘이 되는 윤활유가 됐다”라며 인사를 전했다.

뮤지컬 ‘베르사유의 장미’ 팀은 드레스 리허설임에도 “땀으로 속옷까지 젖었다”라며 농담 반 진담 반의 이야기로 웃음꽃을 피웠다. 배우들도 처음 경험한 관객과의 드레스 리허설이 서로에게 빠져들어 새로운 막을 예고했다며 만족했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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