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문학=김동영 기자] 통산 홈런이 ‘0개’인 선수의 방망이를 받았다. 그걸 들고 데뷔 첫 홈런을 쐈다. 묘하다면 묘하다. SSG 정준재(23) 이야기다. LG 신민재(28) 배트가 마음에 쏙 든다.

정준재에게 2024년 7월27일은 기억에 남을 날이다. 1군 데뷔 첫 시즌, 44경기 만에 개인 통산 1호 홈런을 터뜨렸다. 문학 두산전에서 0-1로 뒤진 4회말 최원준의 슬라이더를 받아쳐 우측 담장을 넘겼다. 올시즌 자신의 28번째 안타가 홈런이 됐다.

정준재는 “마지막 홈런이 대학교(동국대) 2학년 때다. 그때는 그라운드 홈런(인사이드 더 파크 홈런)이었다. 그때와 또 다르다. 그 전에 쳐서 넘긴 홈런이 하나 있기는 한데, 정말 작은 구장이었다. 홈런으로 안 친다. 내 사실상 첫 홈런이다. 그래서 기분이 더 좋은 것 같다”며 재차 웃음을 보였다.

살짝 뒷이야기도 있다. 자기 배트를 들고 나가서 친 것이 아니다. LG 신민재 방망이다. 여기서 윤재국 작전·주루코치가 등장한다. 과거 인천고 감독 시절 신민재를 지도했다.

정준재는 “윤재국 코치님께서 신민재 선배님 배트를 받아주셨다. 코치님 제자였다고 하더라. 저랑 신체 조건이 비슷한 선수여서 받아주셨다. 무게도 그렇고, 길이도 그렇고 딱 맞는다. 오늘도 들고 타석에 나간다”고 설명했다.

정준재 신장이 165㎝다. 신민재는 신장 171㎝. 신민재가 6㎝나 크지만, 둘 다 ‘크다’고 할 정도는 아니다. 다부진 체격을 보유했다는 점은 같다. 윤재국 코치는 신민재 방망이가 정준재에게 맞는다고 본 듯하다.

사실 신민재가 ‘홈런 타자’는 아니다. 2015년 프로에 왔고, 2019년 정식 선수가 됐다. 올시즌 현재까지 ‘0홈런’이다. 그런데 정준재가 신민재 배트로 대포를 쐈다.

정준재는 “원래 내가 쓰는 방망이와 비슷하다. 원래 내가 840g 방망이를 쓴다. 무게 중심을 배트 헤드 쪽에 둔다. 받은 방망이는 850~860g 정도 될 것 같다. 대신 배트 전체 밸런스를 보면 비슷하다. 딱 좋은 것 같다. 앞으로 이렇게 배트 주문할 것 같다”며 웃었다.

확실히 손에 맞기는 맞는 듯하다. 28일 문학 두산전에서도 3회말 우측 큼지막한 타구를 날렸다. 펜스 앞에서 잡히기는 했으나 여차하면 두 경기 연속 홈런이 터질 뻔했다. 그렇게 정준재가 자기 스타일 방망이를 찾았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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