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앞으로 더 메달을 가져가고 싶다.”

시작부터 좋았다. 루틴에 따라 ‘오늘의 운세’을 봤는데 운세부터 더할 나위 없었다. ‘모두 나를 인정하게 될 날’이라는 문구를 보고 자신 있게 결선 무대에 올랐다. 그 결과 한국 사격 역사, 그리고 한국 올림픽 역사를 새롭게 썼다. 최연소 사격 국가 대표. 만 16세 반효진(대구체고)의 정상 등극이 이렇게 이뤄졌다.

반효진은 29일(한국시간) 프랑스 샤토루 슈팅센터에서 열린 2024 파리 올림픽 사격 공기소총 10m 여자 결선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대표팀 선발 과정과 전날 본선, 그리고 이날 결선까지 모든 게 완벽했다. 2024 뮌헨 월드컵에서 은메달을 수상해 이미 세계랭킹 16위에 오른 반효진은 전날 본선에서 60발 합계 634.5점을 기록했다. 1위로 본선을 통과했는데 634.5점은 올림픽 신기록이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 노르웨이의 자네트 헤그 뒤스타드가 세운 632.9점을 넘었다.

결선에서 반효진은 중국 황위팅과 접전을 벌였다. 꾸준히 10점대를 쏜 반효진은 8발째에 9.7점으로 주춤했다. 그러나 9발째 10.8점을 쐈고 10발째까지 104.8점으로 2위에 올랐다. 계속 황위팅을 추격한 반효진은 16발째에 역전을 이뤘다. 황위팅은 10.3점이었는데 반효진은 10.9점을 쏴 황위팅을 제쳤다.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반효진은 23~24발째에 각각 9.9점, 9.6점에 그쳤다. 금메달을 확정지을 수 있었는데 황위팅과 동점이 됐다.

결국 슛오프까지 이어졌다. 반효진은 슛오프에서 10.3점, 10.4점을 쏘면서 0.1점차로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서 황금을 목에 걸었다. 반효진은 금메달을 수상한 후 방송 인터뷰에서 “사실 큰 부담을 갖지는 않았다. 제일 나이가 어리고 언니들도 다 정말 잘하니까 하나라도 더 배우고 가자는 마음으로 올림픽에 임했다. 못해도 상관없으니까 최대한 겸손하게 경기에 임하려 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선두를 달리다가 동점을 허용하고 슛오프까지 간 순간을 두고 “초반부터 차분하게 쏘려고 했고 점수도 잘 나왔다. 하지만 선두를 달리다 보니 많이 떨리더라. 동점을 내준 순간에는 끝난 줄 알았다. 생각보다 너무 많이 빠졌다. 2등으로 끝날 줄 알았는데 슛오프에 걸린 순간 하늘이 도와줬다고 생각했다”고 미소 지었다.

슛오프 마지막 순간과 관련해서는 “많이 떨렸다. 떨리지만 심호흡을 크게 했다. 못해도 10.5점만 쏘자고 생각했다”고 금메달을 확정지은 한 방을 회상했다.

금메달이 확정된 순간에 관한 질문에는 “눈물부터 나더라. 함께 한 언니, 오빠 코치님들이 생각났다. 벅차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가족들도 정말 보고 싶었다”며 “얼마 전 언니가 출산했는데 조카를 보고 싶었다. 조카 보는 게 내 루틴이다. 메달 따고 언니가 엄청 우는 모습을 봤다. 나도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라고 재차 웃었다.

결선에 앞서 비하인드 스토리도 있었다. 반효진은 “또 하나의 루틴이 오늘의 운세를 보는 것이다. 운세를 봤는데 ‘모두 나를 인정하게 될 날’이라고 써 있었다”고 범상치 않은 기운과 함께 최고의 결과를 냈다고 돌아봤다.

마지막으로 반효진은 한국 역대 하계 올림픽 100번째 금메달의 주인공이 된 점에 대해 “정말 소중한 금메달을 딴 것 같다. 이 금메달을 내가 가져가도 되나 싶다. 여기서 끝날 게 아니라 더 메달을 가져가고 싶다”며 “첫 올림픽인데 스타트를 좋게 끊었다. 계속 성장해서 ‘쟤는 어디까지 올라가?’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잘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한편 반효진은 사격 종목에서 20년 만에 고등학생 선수로 올림픽 무대에 올랐다. 역대 6번째 올림픽에 출전한 고등학생 선수이며, 역대 최연소 사격 종목 올림픽 출전 선수다.

한국 사격 올림픽 신기록 3명에도 당당히 포함됐다. 반효진에 앞서 1988년 안병균이 남자 공기소총 본선 올림픽 신기록. 2016년 진종오가 남자 50m 권총 결선 올림픽 신기록을 세운 바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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