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파리=정다워 기자] 파리로 향한 유일한 단체 구기종목 대표팀. 여자 핸드볼은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 중심에는 한국 최고의 골키퍼 박새영(30·삼척시청)이 있다.

박새영은 30일 프랑스 파리의 아레나 파리 쉬드에서 열린 2024 파리올림픽 핸드볼 여자 조별리그 A조 3차전 노르웨이와의 경기에서 11회의 세이브를 기록했다. 세계 최고 수준의 노르웨이를 상대로 박새영이 선방쇼를 벌이면서 한국은 20-26으로 아쉽게 패했다. 전력 차를 고려하면 기대 이상의 선전이었다.

박새영은 경기 내내 뛰어난 선방 능력으로 노르웨이의 슛을 막아냈다. 덕분에 전반전을 11-13으로 마칠 정도로 접전을 벌였다. 후반 들어 차이가 벌어지긴 했지만, 노르웨이는 이번 대회에서 가장 적은 점수를 기록했다. 노르웨이는 1차전서 스웨덴에 28-32로 졌고, 2차전에서는 덴마크에는 27-18로 이겼다. 한국을 상대로 득점력이 가장 저조할 만큼 박새영이 잘 막았다.

박새영은 이날 아레나에서 이름이 가장 자주 이름이 불린 선수다. 장내 아나운서는 멋진 플레이가 나올 때마다 선수의 이름을 부르며 호응을 유도하는데 한국에서는 박새영의 이름이 계속 나왔다. “한국의 골키퍼가 계속해서 환상적인 세이브를 하고 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한국 쪽에서 MVP를 정한다면 의심의 여지 없이 박새영이었다.

상대 골키퍼의 경력을 생각하면 박새영의 활약에는 더 큰 의미가 있다. 이날 출전한 상대 골키퍼 카르린 룬데(44)는 노르웨이를 넘어 유럽 전체에서 ‘리빙 레전드’로 꼽힌다. 2002년부터 국가대표로 활동한 그는 무려 22년간 대표팀 1번 골키퍼 자리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국제 경기에만 350회 이상 출전했고, 올림픽에서도 두 번이나 금메달을 획득했다. 유럽선수권대회에서는 6회 우승을 경험했다. 일일히 경력을 다 나열하기도 어려울 정도로 화려한 커리어를 보유한 선수다.

룬데는 이날도 환상적인 기량을 선보였다. 박새영과 달리 풀타임을 뛰지 않은 룬데는 한국이 시도한 20회의 슛 중 11회를 막아냈다. 한국이 추격의 고삐를 당길 때마다 룬데가 가로막았다. 두 선수의 연이은 선방에 장내 아나운서가 관중을 향해 박수를 청하기도 했다.

경기 후 공동취재구역에서 만난 박새영은 “졌기 때문에 만족하는 부분은 없다. 이기는 것에 목말라 있다. 선방을 많이 하긴 했지만 아쉬움이 더 크다”라면서 “확실히 상대 골키퍼가 우리 선수들의 슛 패턴을 다 아는 것 같았다. 빈틈을 놓치지 않으니 공격수들이 부담스러웠을 것 같다”라고 경기를 돌아봤다.

올림픽에 첫 출전해 세계적인 선수들의 슛을 상대하는 박새영은 “아무래도 국내 선수들과 비교하면 신장 차이가 크다. 타점이 워낙 높아 위에서 꽂아 내리는 슛이 많다. 힘도 확실히 다르다”라면서도 “그래도 못 막을 이유는 없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한국은 1승2패로 조 5위에 머문 가운데 8월1일 스웨덴, 3일 덴마크를 상대한다. 4위에게까지 주어지는 8강행 티켓을 손에 넣으려면 일단 스웨덴을 이겨야 한다. 북유럽 전통의 강호이자 도쿄올림픽 동메달에 빛나는 스웨덴은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하지만 박새영은 “스웨덴은 강하다. 모든 걸 쏟아부어야 한다. 나도 실책을 줄이고 더 많이 막아 이기는 경기를 하겠다”라는 각오를 밝혔다. weo@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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