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금빛·은빛 총성이 끊이지 않으며 역대 최고 성적을 예약했다. 과정 또한 한 편의 드라마다. 연장전인 슛오프에서 고도의 집중력을 발휘하며 정상에 오른다. 프랑스 샤토루에서 다시 르네상스를 맞이한 한국 사격 얘기다.

시작부터 강렬했다. 개막식 다음날인 지난달 27일 공기소총 10m 혼성 단체에 출전한 박하준-금지현이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번 올림픽 한국 첫 메달을 장식하면서 청신호를 쏘았다. 다음날인 28일에는 여자 공기권총 10m에서 오예진이 금메달, 김예지가 은메달을 수상했다. 결선에서 243.2점을 기록한 오예진은 올림픽 신기록과 함께 이번 올림픽 한국의 두 번째 금메달을 장식했다.

깜짝 스타도 나왔다. 지난달 29일 만 16세 고교 선수 반효진이 여자 공기소총 10m 결선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1위로 본선을 통과한 반효진은 올림픽 신기록인 634.5점을 달성했다. 그리고 결선에서 중국의 황위팅과 슛오프까지 가는 접전에서 정상에 올랐다. 사격 입문 3년 만에 세계 최고가 된 반효진이다.

금빛 총성은 8월에도 이어졌다. 지난 3일에는 양지인이 여자 권총 25m 결선에서 다시 명승부를 연출했다. 슛오프에서 프랑스 카밀 예드제예스키를 꺾고 금메달을 획득했다. 중학교 1학년이었던 6년 전 수행평가를 통해 우연히 권총을 잡은 게 운명이 된 양지인이다.

이로써 한국 사격은 지난 3일까지 금메달 3개·은메달 2개를 기록했다. 2012 런던 올림픽 금메달 3개·은메달 2개 이후 최고 성적이다. 앞으로 남자 권총 속사 25m, 여자 스키드가 남은 만큼 추가 메달 가능성도 있다.

대반전이다. 한국 사격은 2016 리우 올림픽에서는 금메달 하나·은메달 하나,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은메달 하나에 그쳤다. 도쿄 올림픽의 경우 6명이 결선에 진출했음에도 은메달 한 개만 남겼다.

대반전의 비결은 선발 방식 변화에 있다. 대한사격연맹은 큰 경기에 강한 선수를 뽑는 것으로 선발 방식을 바꿨다. 올림픽 대표 선발전에 결선을 도입해 소위 말하는 ‘강심장’을 선별했다. 실제로 반효진과 양지인이 슛오프에서 절정의 기량을 과시하며 정상에 우뚝 섰다.

글로벌 스타도 탄생했다. 김예지는 특유의 사격 모습으로 이번 올림픽 최고 스타가 됐다. 테슬라 최고 경영자이자 소셜미디어 X의 오너 일론 머스크 또한 찬사를 보냈다. 머스크는 X를 통해 “사격 챔피언 김예지가 액션 영화에 캐스팅된다면 정말 멋진 일일 것”이라는 게시물을 올렸다. X에서 김예지의 사격 모습은 조회수 5300만회 이상을 기록했다.

이렇게 파리 올림픽을 통해 한국 사격은 세계 중심에 자리했다. 뛰어난 성적과 더불어 김예지라는 화제의 인물도 나왔다. 1988 서울 올림픽 남자 소총 50m에서 차영철의 은메달로 시작한 올림픽 메달 행진에 거대한 이정표를 세웠다. 역대 올림픽 금메달 10개·은메달 11개·동메달 1개로 명실상부한 사격 강국이 됐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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