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기대한 에이스의 모습이었다. 안정된 제구와 강한 구위, 그리고 빠른 투구 템포까지 팀 승리를 이끄는 다양한 요소를 보여줬다. LG 새 외국인 투수 엘리에이저 에르난데스(29)가 기분 좋게 KBO리그 데뷔전을 치렀다.

에르난데스는 8일 잠실 두산전에서 78개의 공을 던지며 5이닝 2안타 1볼넷 7삼진 1실점했다. LG는 10-3으로 두산을 꺾고 4연패에서 탈출했다. 에르난데스는 첫 경기부터 선발승을 올렸다.

구종부터 다양했다. 두산 구단이 제공한 투구 분석표에 따르면 에르난데스는 포심 패스트볼부터 컷패스트볼, 싱킹 패스트볼까지 패스트볼만 세 가지를 구사했다. 세 가지 패스트볼 외에 슬라이더, 스위퍼, 커브, 체인지업까지 무려 일곱 가지 구종을 던졌다.

구속도 KBO리그 수준에서는 높았다. 포심 최고 구속은 시속 150㎞. 평균 구속은 147㎞이었다.

경기 후 에르난데스는 “첫 경기를 잘해서 굉장히 기분이 좋다. 최근 팀이 이기지 못했는데 오늘 이겨서 더 기쁘다”며 “사실 1회에 올라갔을 때는 긴장을 많이 했다. 오늘 경기 제대로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팬들이 응원해주시는 소리를 듣고 내 투구를 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미국 무대에서 볼넷이 적었는데 1회 첫 타자 정수빈에게 볼넷을 범한 것을 두고는 “그만큼 긴장했다. 그래서 혼자서 ‘평소대로 던지자’고 계속 대뇌였다. 아웃카운트가 올라간 후에 더 집중하면서 경기를 잘 마무리한 것 같다”고 밝혔다.

가장 인상적인 구종은 스위퍼였다. 우타자와 좌타자를 가리지 않고 스위퍼를 구사해 헛스윙 삼진을 만들었다. 1회 볼넷을 범했던 정수빈에게 3회에는 스위퍼로 헛스윙 삼진을 유도했다. 1회말 양의지부터 3회말 정수빈까지 7연속타자 삼진 행진을 한 에르난데스다.

에르난데스는 스위퍼를 두고 “커리어 내내 연마한 구종이다. 슬라이더와 섞으면서 던지고 있다”며 “정수빈 선수가 출루하면 골치 아픈 선수인 것을 알고 있다. 첫 타석에서는 출루시켰지만 두 번째 타석에서는 출루시키고 싶지 않았다. 그만큼 스위퍼에 대한 자신감도 있었다”고 미소 지었다.

커브를 구사한 것 또한 인상적이었다. 미국 무대에서는 좀처럼 던지지 않은 구종인데 코칭스태프 의견을 수용해 바로 커브를 구사했다.

에르난데스는 “지난번에 불펜 피칭을 할 때 커브를 던져보라는 의견이 있었다. 던졌는데 코칭스태프에서 좋다고 했다. 완급 조절이 필요한 만큼 커브를 던지는 게 좋다고 했고 꾸준히 훈련했다. 오늘 자신 있게 던진 게 좋은 결과로 이어진 것 같다”고 설명했다.

결정구에 대한 질문에는 느낌표를 던졌다. 에르난데스는 “한국에서 첫 인터뷰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나는 내 모든 구종이 결정구라고 생각한다. 타자의 성향과 상황에 맞춰 구종을 선택하는 만큼 내 결정구는 늘 달라질 수 있다. 타자를 제압할 수 있는 구종이라면 모든 구종이 결정구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자신의 구위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주전 포수 박동원과 호흡과 관련해서는 “박동원이 성공적인 커리어를 이어가는 포수임을 알고 있다. 그만큼 박동원을 믿고 꾸준히 대화하면서 경기를 풀어가겠다. 오늘 리드도 정말 좋았다. 앞으로 호흡도 잘 맞을 것 같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에르난데스는 “날씨는 괜찮다. 베네수엘라 출신이라 이런 날씨에 익숙하다. 오히려 적응하기 좋았다”고 웃으며 “곧 가족이 오는데 동료들도 어린애들이 있더라. 우리 아이와 즐겁게 놀 것 같다”라고 가족과 순조롭게 한국 생활에 적응하는 모습을 내다봤다.

에르난데스의 전임자 켈리도 그랬다. 에르난데스처럼 다양한 구종을 자유롭게 섞으며 타자를 압도했다. 켈리가 없는 스위퍼까지 구사하는 에르난데스가 LG가 기대했던 뉴에이스로서 시작점을 찍었다.

동료들에게 자신을 ‘엘리’라고 불러달라고 말한 에르난데스는 LG 동료들과도 빠르게 거리를 좁히고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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