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잠실=윤세호 기자] 강한 듯 강하지 않다. 짜릿한 끝내기 승리를 거두고 대량득점으로 완승을 이루다가 중요한 순간 무너진다. 다시 말해 지속성이 없다. KIA와 만나면 특히 그렇다. 지난해 통합우승팀 LG 얘기다.

이번에도 고비를 넘지 못했다. 마지막 정상 등극 찬스인 KIA와 주말 3연전이었는데 또 루징시리즈다. KIA와 상대 전적 3승 11패. 6년 전 두산 상대 1승 15패 악몽과 다시 마주하는 모양새다.

그때만큼 무력하다. 무슨 수를 써도 이기지 못하는 경기를 반복한다. 실책으로 자멸해서 진 경기가 11패 중 절반가량이다. 나머지 절반은 경기 막바지에 뒤집혔다. 선발이 호투해 승리를 완성하는 듯했는데 마무리 투수가 무너졌다.

충격 패를 딛고 일어서지도 못한다. 지난달 10일 마무리 블론세이브로 패한 후 다음 경기도 지면서 3연전 싹쓸이 패배. 지난 16일에도 마무리 블론세이브로 역전패했고 다음 날인 17일에는 4-14 완패다.

2023년과 많이 다른 2024년의 LG다. 지난해에는 경쟁팀에 특히 강했다. 시즌 중반까지 1위를 두고 경쟁한 SSG에 상대 전적 12승4패로 절대 우세. 후반기부터 1위 대결 파트너가 된 KT에도 상대 전적 10승6패로 우위를 점했다.

과정도 올해와 다르다. 지난해에는 후반기 들어 KT에 충격 패배를 당했지만 빠르게 다시 일어섰다. 끝내기 실책을 범한 젊은 내야수가 다음 경기 타석에서 불을 뿜으며 승리를 이끌었다. 그렇게 저력을 증명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패색이 짙었던 2차전에서 역사에 남을 드라마를 만들었다.

올해는 아니다. KIA 외에 2위를 두고 경쟁하고 있는 삼성에도 상대 전적 6승8패1무로 열세 확정이다. 삼성과 마지막 16차전은 정규시즌 최종일인 9월28일 대구 경기. 어쩌면 이 경기가 2024년 LG의 운명을 결정할 무대가 될 수도 있다.

원인은 다양하다. 좀처럼 답이 나오지 않는 불펜진. 순위표 정상에 오른 6월초에 갑자기 터진 토종 선발 두 명의 부상 이탈. 지난해만큼 강하지 않은 타선 등. 여러모로 2023의 LG보다 못한 2024년의 LG다.

좀 더 깊게 바라보면 상대에게 작년보다 수월한 팀이 됐다. 주전 의존도가 높은데 주전 야수 대부분이 좌타자다. 즉 LG와 상대할 때는 좌투수가 많으면 많을수록 좋다. 때문에 LG와 3연전에 앞서 엔트리에 불펜 좌투수 비중을 크게 둔다. 기존 좌투수가 3명이면 2군에서 한 명을 더해 4명을 대기시킨다.

숫자만 많은 도루에도 적응했다. 과감한 주루플레이와 넓은 리드폭에 몇몇 투수들이 밸런스가 흔들고 제구 난조를 겪었다. 그런데 이제는 투수가 포수에게 맡긴다. 도루 숫자만큼 주력과 센스를 겸비한 주자가 많지 않은 LG다. 확률이 이를 증명한다. 지난해 도루 성공률 62.2%. 올해도 68.1%로 70% 이하다.

주축 선수 중 이른바 ‘에이징 커브’와 마주할 선수가 적었다. 그래서 왕조를 꿈꿨다. 하지만 오르는 것보다 지키는 게 훨씬 어려움을 29년 만에 다시 느낀다. 1994년 통합우승 후 LG 시대를 확신했으나 현실이 되지 못한 바 있다. 2024년 다시 같은 갈림길에 섰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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