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올라가기도 어렵지만 지키기는 더 어렵다. 그럴 수밖에 없다. 정상에 오른 순간 표적이 된다. 상대가 연구 대상으로 삼고 약점을 찾는다. 디펜딩챔피언의 숙명이다. 연속 우승이 어려운 이유이기도 하다.

올시즌 LG가 그렇다. 2019년부터 매년 포스트시즌 단골이 됐다. 그리고 지난해 정상에 올랐다. 극적으로 29년의 한을 풀었는데 모두 그 과정을 지켜봤다. 정상 대결에 임하는 모습에서 팀 전력과 팀 컬러가 고스란히 노출됐다.

장점만큼 단점도 뚜렷하다. 타선 구성이 그렇다. 좌타자 비중이 높다. 포수 박동원과 1루수 오스틴 딘을 제외하면 주전 야수 7명이 좌타자다. 2023 한국시리즈(KS) 대역전극 비결도 여기에 있다.

상대 팀 KT 마운드에서 좌투수는 선발 웨스 벤자민뿐이었다. KS MVP 오지환부터 KS 최고 타율(0.471)을 올린 문보경, 큰 무대 징크스를 깨뜨린 홍창기 등에게 유리했다. 이들이 박동원 오스틴과 시너지를 이루면서 최강 타선이 최고 무대에서도 빛났다.

하지만 KT와 달리 좌투수가 수두룩한 팀도 있다. 1위를 질주하는 KIA가 그렇다. 선발 양현종과 에릭 라우어 외에 곽도규 김대유 이준영 김기훈이 불펜에서 대기한다.

효과는 뚜렷하다. 올시즌 두 팀의 15경기 기록만 봐도 그렇다. LG 타선은 KIA 좌투수를 상대로 타율 0.249 장타율 0.303에 그쳤다. 좌타자 중 홍창기만 타율 0.333으로 3할 이상을 올렸고 다른 좌타자는 모두 2할대 이하다. 문보경은 0.182, 문성주는 0.118로 극도로 부진했다.

KIA 좌투수에게 강한 LG 타자는 오른손 구본혁(타율 0.400)과 박동원(타율 0.385)이다. KIA 좌투수와 15차례 상대한 박동원은 OPS(출루율+장타율) 1.082를 기록했다. 오스틴이 KIA 좌투수에게 타율 0.211 OPS 0.581로 고전한 게 의외라면 의외인데 그래도 답은 보인다. 좌투수를 넘기 위해 우타자가 필요한 LG다.

모든 좌투수에게 고전하는 것은 아니다. 양현종이나 김광현처럼 팔각도가 높은 왼손에는 잘 대응한다. 하지만 김대유 곽도규처럼 팔높이가 낮고 옆에서 나오면 속수무책이다. 박동원과 오스틴이 해결하는 것 외에는 딱히 답이 없다.

모두 이를 안다. 그래서 LG와 3연전을 앞둔 팀은 엔트리에 좌투수를 최대한 모아 넣는다. 그리고 승부처에 좌투수 카드를 펼친다. 두산 이병헌, 롯데 진해수, 삼성 최성훈, 키움 김성민, NC 김영규 임정호 등이 LG를 상대하는 데 있어 반드시 필요한 좌투수다.

이렇게 대응법이 나오면서 LG는 평범한 중위권 타선이 됐다. 19일 기준 팀타율 0.281로 이 부문 4위. 팀 OPS는 0.771로 5위다. 지난해에는 두 부문에서 정상에 자리한 타격의 팀이었는데 올해는 아니다.

고민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주전 의존도가 높은 것도 고려해 신예 우타자를 꾸준히 라인업에 추가하려고 했다. 캠프 명단에 자리한 김범석 김성진 김민수 송찬의가 우타자 한자리를 두고 내부경쟁했다. 그러나 김범석 외에는 이렇다 할 기회를 받지 못했다. 김범석도 5월 중순까지만 뜨거웠다. 구본혁이 꾸준히 라인업에 들어가는 것 외에는 지난해와 야수진 구성이 동일하다.

앞으로 LG가 해결해야 할 과제도 여기에 있다. 라인업에 위협적인 우타자가 3, 4명은 있어야 기복을 줄일 수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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