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너무 복잡하지 않게, 편하게 가자고 했다.”

아무도 문동주(21·한화)를 의심하지 않았다. 모두가 앞으로 10년 이상 한국 야구를 이끌 에이스가 탄생했다고 내다봤다. 과정과 결과가 그랬다.

프로 2년차인 지난해 KBO리그 최초로 국내 투수 공인 구속 시속 160㎞를 돌파했다. 단순히 공만 빠른 투수가 아닌 제구와 수준급 변화구를 겸비한 에이스로 올라섰다. 하이 패스트볼과 커브의 조화를 앞세워 든든히 마운드를 지켰다.

국제무대에서도 그랬다. 최초로 연령제한을 두고 대표팀을 구성한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선발진을 이끌었다. 결승에서 난적 대만에 맞서 6이닝 무실점 활약으로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 대표팀에도 승선했다. 문동주에게 2023년은 한국 야구 에이스 대관식에 임한 한해였다.

기대는 하늘을 찌를 듯 치솟았다. 2024년 KBO리그 투수 부문 골든글러브 유력 후보로 꼽혔다. 올해에는 이닝 제한도 없기 때문에 꾸준히 로테이션을 돌며 리그를 정복할 것으로 예상했다. 빅리그에서 활약하고 돌아온 류현진의 합류가 문동주 성장에 가속페달을 밟게 할 것 같았다.

하지만 시즌 초반 결과는 기대와 정반대였다. 시작부터 하염없이 추락했다. 첫 단추부터 잘 못 맞췄다. 계획대로 비시즌을 보내지 못했고 캠프와 시범경기에서 투구 밸런스를 잃어버렸다. 아픈 데는 없는데 구속이 나오지 않았다.

밸런스가 흔들리고 구속이 안 나오니 머리가 복잡해졌다. 자신도 모르게 변화구 비중이 늘었다. 그렇게 혼란에 빠졌다. 변화구를 많이 던지니 볼넷이 늘었다. 그래서 다음 경기에서는 속구 비중을 높였다. 그런데 지난해보다 평균 구속이 5㎞ 이상 떨어진 속구로는 경쟁력이 없었다. 극심한 기복에 시달렸다. 전반기 13경기에서 3승 6패 평균자책점 6.92를 기록했다.

마냥 좌절하지 않았다. 주위의 조언을 귀담았다. 노장 양상문 투수 코치의 한마디에 다시 일어섰다. 양 코치가 문동주에게 받은 첫인상은 ‘영리함’이었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고전하는 원인을 찾기가 순조로웠다고 했다.

양 코치는 “동주와 대화하는 데 정말 많이 놀랐다. 투구에 관해 대화하면 깜짝 놀랄 때가 많다. ‘이제 프로 3년차인데 어떻게 이런 생각을 하면서 던질 수 있지?’라는 생각이 들더라”며 “정말 대단하고 기특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영리하니까 오히려 빠르게 생각을 전환할 수 있다고 봤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동주가 너무 완벽하게 타자를 잡으려 하더라. 타자마다 공부를 정말 많이 했다. 타자가 약한 코스, 약한 변화구를 모두 머릿속에 넣고 공을 던졌다. 이게 독이 됐다. 너무 생각이 많았다”며 “야구는 머릿속에 수학 공식을 세우고 푸는 것은 아니다. 이 부분에 관한 대화를 많이 했다. 너무 복잡하지 않게, 편하게 가자고 했다. 동주도 이 부분에 수긍하기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일어섰다. 타자를 생각하기에 앞서 자신을 돌아봤다. 가장 강한 공, 가장 제구가 잘 되는 공에 초점을 맞추고 볼배합했다. 6월까지는 속구 평균 구속이 140㎞ 후반대에 머무는 경기가 많았다. 최근에는 작년처럼 150㎞ 이상인 경기가 많다. 속구 자신감을 회복했고 속구 위주로 경기를 풀어간다.

달라진 문동주는 지난 20일 청주 NC전에서 6이닝 2실점 9삼진을 기록했다. 솔로포 두 방을 맞아 실점했으나 흔들림은 없었다. 개인 최다 삼진 9개를 달성했다. 속구 최고 구속은 156㎞. 속구 구사율이 후반기 들어 두 번째로 높은 56%였다.

속구 위주로 볼카운트 싸움을 하니 경기가 쉽게 풀렸다. 2스트라이크를 선점한 후 자연스럽게 아웃카운트를 쌓았다. 새로 던지기 시작한 포크볼은 결정구가 됐다. 후반기 6경기 3승 1패 평균자책점 3.27. 모두가 기대했던 문동주로 돌아오고 있다.

물론 여기서 끝이 아니다. 이제 다시 시작이다. 소속팀 한화도 그렇다. 문동주의 부활과 함께 마운드가 높아지면서 당당히 가을 야구 도전장을 던졌다. 어쩌면 올해 문동주의 첫 포스트시즌 등판을 볼 수 있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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