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함상범 기자] 배우 최민식이 이토록 비난받아야 했을까.
카이스트 이병태 교수는 지난 20일 자신의 SNS에 쓴 글로 최민식을 향해 득달같이 몰아쳤다. 사실상 인신공격에 가까운 표현이었다. 마치 최민식을 영화 산업에 무지한 이기적인 존재로 몰아세웠다.
발단은 지난 17일 방송된 MBC ‘손석희의 질문들’에서다. 극장은 그 어느 때보다 위기에 처했다. 전통을 자랑하는 서울 한복판의 영화들은 폐점됐고, 멀티 플렉스도 어려움에 허덕이고 있다. OTT시대가 도래하면서 영화산업의 위축은 예견됐다. 팬데믹 당시 부도 위기까지 놓인 영화관은 여전히 회복세가 더디다.
다시 영화관에 관객이 많이 들어오길 바라는 마음에 최민식은 “극장은 티켓값을 내려달라. 이렇게 확 올리면 나라도 안 간다”고 애교 섞인 부탁을 했다. 그 과정에서 “이 사람들(극장)도 코로나19로 죽다 살아나서, 왜 이렇게 가격을 올리는지는 심정적으로 이해된다”고도 말했다.
한국 영화계는 1000만 영화와 100만 영화로 양분돼 있다. ‘1000만보다 어려운 100만’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양극화가 심하다. ‘서울의 봄’ ‘파묘’ ‘범죄도시4’가 약 한 달 사이에 1000만 관객을 돌파한 반면, 대다수 영화가 100만에 근접하지 못했다. 실제로 올해 손익분기점을 넘긴 영화는 1000만 영화 두 편을 제외하고 ‘소풍’과 ‘핸섬가이즈’ ‘탈주’ ‘파일럿’ 뿐이다.
‘파묘’ 무대인사를 다닌 오랜만에 큰 감동을 느낀 최민식은 다시 수많은 관객이 극장을 찾길 바라는 심정을 전했다. 영화관은 관객의 어려운 주머니를 조금 더 이해하고, 창작자는 어줍지 않게 대중의 입맛을 고려하기 보다 뚜렷하고 분명한 기획의도로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는 속내를 전한 셈이다.
이 교수는 이런 맥락과 서사는 외면한 채 느닷없이 최민식의 ‘티켓값 인하’ 발언만 짚고 공격했다. 일각에서는 도가 지나쳤다는 의견이 나온다.
“시장 논리에 따라 영화관이 돌아가는 것”이라고 강조한 이 교수는 최민식에게 “다른 기업에 요구하지 말고 당신이 극장 하나 세워서 싸게 사업하라”고 인신공격성 글을 남겼다. 심지어 “무지한 소리”라고 몰아세웠다.
이 교수의 지적에 한 영화 관계자는 “최민식이 극장값을 내려달라는 건 배우로서 충분히 할 수 있는 말이다. 오히려 콘텐츠의 질을 향상해야 한다고 강조한 부분은 모든 영화 관계자들이 입을 모으는 대목이고 정확히 초점을 맞춘 것”이라고 밝혔다
또 다른 영화 관계자는 “아직도 영화관은 적자에 시달리고 있다. 최민식을 비롯한 창작자의 마음은 이해하지만, 극장은 여전히 회복하지 못한 상태”라며 “영화계가 힘든 건 영화를 대체할 놀이가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다. 그만큼 영화가 경쟁력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최민식의 발언은 현장을 꿰뚫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극장가의 내년 라인업은 모든 배급사를 통틀어 20편 내외가 될 전망이다. 관객수가 줄어들면 영화관은 티켓값을 올릴 수밖에 없다. 악순환의 연속이다. 최민식이 티켓값을 내리고 양질의 콘텐츠를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건,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끊어내자는 읍소다. 사람이 모여야 돈이 돌고, 쌓인 재화로 시장을 활성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영화산업 위축 탓에 극장은 각종 콘서트와 스포츠 중계 등으로 관객을 끌어들이고 있다. ‘가성비 좋은 문화 콘텐츠’를 대표하던 영화가 제 자리로 돌아오는 것, 배우 최민식이 바라는 점이라는 것을 이 교수만 모르는 듯하다. intellybeast@sportssoe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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