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박준범기자] “만만하지 않은 라오스를 보여드리고 싶다.”

하혁준(54) 감독은 한국인 최초로 23세 이하(U-23) 대표팀과 라오스 축구대표팀 감독에 선임됐다. 계약기간은 내년 9월까지다. 그는 과거 미얀마 대표팀 수석코치를 지냈고, 라오스 대표팀 부임 전에는 리소시스 캐피털(홍콩) 감독을 지냈다.

하 감독은 21일 스포츠서울과 통화에서 “라오스 축구협회에서 나를 믿어주고 인정해줘서 감사하다. 축구를 통해 라오스 국민이 행복해졌으면 한다”고 짧은 소감을 말했다.

라오스는 동남아시아 지역에서도 ‘변방’으로 꼽힌다. 라오스의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 188위다. 두드러진 성장세를 보이는 베트남(115위), 인도네시아(133위), 말레이시아(134위) 등과 비교해도 밀린다.

하 감독은 “사실 (축구) 수준이 부족한 것이 사실이다. 인프라 구성, 유소년 체계를 구성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얘기도 했다”라며 “성적에 관한 부담은 있다. 협회와 미팅할 때도 인도네시아, 베트남을 이길 수 있는 건 아니라고 하더라. 지금 가장 강조하는 건 피지컬이다. 변화된 모습을 보이려고 한다”고 차근차근 한 단계씩 올라가겠다는 뜻을 강조했다.

하 감독은 감독 부임 전에는 라오스에 한 번도 방문한 적이 없다고 한다. 과거 미얀마 대표팀 수석코치 시절 라오스 축구를 본 적은 있다. 하 감독은 “체격적으로 약한 게 있다. 또 착하게 축구한다”라며 “대표팀 일정이나 훈련 프로그램을 짜고 있다. 일이 많아질 것 같다”고 껄껄 웃었다.

라오스 ‘최초’ 한국인 감독이라는 의미도 있다. 하 감독은 “의미가 크다. 다른 나라와 달리 라오스 리그에는 한국 선수도 없고 지도자도 처음”이라며 “첫 단추가 잘 끼워져야 한국 감독을 또 데리고 올 수 있지 않겠나. 내가 모범이 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국 지도자가 다르다는 걸 보여줘야 한다. 무게감이 크다”라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오는 12월 동남아시아축구연맹(AFF) 미쓰비시 일렉트릭컵이 기다린다. 하 감독은 선수 파악에 여념이 없다. 9월에 선수단을 소집할 수 있다. 다만 시간은 많지 않다. 더욱이 베트남을 이끄는 김상식, 인도네시아를 지휘하는 신태용 감독과 한국인 지도자 맞대결도 예정돼 있다. 공교롭게도 라오스는 베트남, 인도네시아와 그룹 B에 묶여 있다.

“사실 부담감이 엄청나다”고 솔직하게 말한 하 감독은 “점수 차이보다 (라오스가) 어떤 팀을 만나도 버틸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 한국 감독이 (라오스에서) 변화하고 만만치 않다. 또 발전 가능성이 있다는 점을 보여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투지 있고 빠르고 끈끈한 축구를 만들어보겠다”고 힘줘 말했다. beom2@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