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경문 감독이 부른 양승관 양상문 ‘올드보이’

넘어지고 실수해도 질책대신 박수로 동기부여

자신감 상승시기 장착한 파란 유니폼 시너지↑

[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포기하지마. 우리도 너네 포기 안했잖아.’

팬의 간절함이 독수리 군단을 바꿔 놓았다. 6월3일 취임한 김경문 감독의 목표인 승률 5할에 4승 차(56승2무60패)로 다가섰다. 가을잔치 초청장 마지막 카드인 5위와는 단 1경기 차에 불과하다. ‘만년 꼴찌’로 불리던 한화가 2018년 이후 6년 만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노린다.

기세가 무섭다. 8월 한 달간 20경기를 치러 13승(7패)을 따냈다. 월간 승률만 놓고보면 삼성(7할)에 이은 2위(0.650)다. 팀 평균자책점(4.91)과 타율(0.273) 모두 6위에 머물러 있지만, 짜임새와 뒷심이 몰라보게 좋아졌다.

‘야구의 날’이던 23일부터 잠실구장에서 치른 두산과 주말 3연전은 ‘완전히 달라진 한화’를 유감없이 뽐냈다. 살얼음판 같던 승부처를 힘으로 이겨내고 승리를 쟁취해 2005년 6월4~6일 이후 19년 만에 처음으로 두산전 스윕(3전승) 기쁨을 누렸다.

4위 두산과 3경기 차까지 간격을 좁혔는데, 단 세 경기 차에 불과해 현 기세를 이어가면 대전 한화생명이글스파크에서 가을잔치를 치를 가능성도 있다. 새 구장으로 이전을 앞둔 한화로서는 영욕을 함께한 이른바 ‘한밭구장’과 화려한 라스트댄스를 완성할 수 있는 셈이다.

이른바 ‘베테랑 삼총사’가 의기투합하자 완전히 다른 팀으로 변모했다. 김 감독은 부임 직후 “팀에 혼란을 주지 않기 위해 코치진은 가급적 손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팀이 등락을 거듭하자 외부수혈을 선택했다. 김 감독과 감독-코치로 오래 호흡을 맞춘 양승관 코치를 수석으로, ‘공부하는 투수 조련사’로 현장과 프런트 경험을 두루 쌓은 양상문 전 LG단장을 투수코치로 전격 영입했다.

올드스쿨의 반란은 대성공. 경험이 적고, 패배의식이 강한 젊은 선수들에게 강한 동기부여로 자신감을 심어주는 것만 생각했다. 매커니즘 조정이 아닌 심리적 안정을 선택한 건 신의 한 수였다.

“못하는 게 당연하다. 실수하는 것 역시 선수가 선택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 대신 투구든 타격이든 수비든 자신있게, 후회없이 쏟아내는 건 경험의 유무와 상관없이 스스로 통제할 수 있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코치진 주문에도 ‘말만 저렇게 하시곤 못하면 빼버리지 않을까?’라고 생각한 선수가 있기 마련인데, 김 감독과 두 명의 양 코치는 인내와 박수로 선수들이 알을 깨고 나오길 기다렸다.

조금씩 고개를 들기 시작한 자신감은 ‘파란색 유니폼’이 몰고온 징크스 덕분에 폭발력을 더했다.

‘오렌지’로 대표되는 팀 상징색 대신 어색한 파란 유니폼을 입은 한화는 거짓말처럼 연승가도를 달렸다. 폭염에 대비해 90g 더 가볍고 통기성과 내구성이 빼어난 소재를 선택한 파란 유니폼은 연승을 몰고왔다. 9일 대전 키움전부터 다른 색상 유니폼을 착용한 뒤 패하는 경기가 많아지자 홈·원정을 떠나 ‘블루 이글스’를 고수했다.

김 감독은 “징크스는 안만드는 게 좋지만, 뜻하지 않게 따라오는 게 있다. 파란 유니폼은 더워서 입기 시작했는데, 가볍고 시원해서 좋더라”며 짐짓 모른척하면서도 “이기니까 무조건 더 좋은거다. 다른 이유가 없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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