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윤세호 기자] “상대도 여기 오는 걸 바라지 않을까요?”

이른바 편성의 묘가 필요하다. 한여름 무더위를 최대한 피하기 위해서는 여름철 고척돔 집중 편성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우천 취소에 따른 변수를 줄이는 차원에서도 그렇다. 유일한 돔구장인 만큼 활용 폭을 넓혀야 하는 고척돔이다.

고척 경기가 적지는 않다. 키움은 7월부터 8월까지 홈 3연전 9차례, 원정 3연전 7차례를 소화했다. 두 달 동안 홈 3연전이 원정 3연전보다 2차례 많았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편성시 홈·원정 경기 균형을 고려한다. 쉽게 말해 특정 팀이 한 달 내내 홈 경기만 하거나 원정 경기만 하도록 편성하지 않는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이 균형을 깨뜨릴 필요가 있다. 고온다습 무더위에서는 특히 그렇다. 고척돔은 KBO리그에서 유일하게 더위를 피할 수 있는 장소다. 7·8월 고척돔 경기를 한계치까지 늘린다면 많은 이들이 가벼운 마음으로 고척돔을 찾을 것이다. 컨디션 관리가 쉬운 선수단은 물론 야구장을 찾는 팬도 이른바 ‘야구 피서’를 할 수 있다.

키움 홍원기 감독도 이에 찬성표를 던졌다. 홍 감독은 지난 24일 고척 LG전을 앞두고 “우리는 적극 찬성”이라며 “다들 몸으로 겪어봤으니까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 여름마다 이상 기온과 마주하게 될 것이다. 단순히 기온만 높은 게 아니라 비도 자주 온다. 이런 시기에 고척돔에서 최대한 많은 일정을 소화하는 것을 반대할 팀은 없을 것 같다. 상대도 여기 오는 걸 바라지 않을까? 가장 좋은 것은 지방에도 돔구장이 많이 생기는 것이지만 당장 될 수 있는 일은 아니다”고 밝혔다.

결과도 좋다.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키움과 KIA의 고척 3연전은 모두 매진됐다. 23일부터 25일까지 키움과 LG 3연전 또한 2경기 관중석이 가득 찼다. 선수단과 야구팬을 두루 배려하는 차원에서 7·8월 총 16차례 3연전 중 12차례를 고척으로 편성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무더위가 극심한 7월 중순부터 8월 중순까지 한 달가량 계속 고척 경기를 진행한다면, 선수단과 야구팬 모두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야구장을 찾을 것이다.

범위를 확대할 수도 있다. 지난 3월 메이저리그 서울시리즈 평가전처럼 하루 2경기 편성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당시 한국을 찾은 LA 다저스와 샌디에이고가 대표팀 키움 LG와 평가전을 치렀다. 3월17일 정오에는 다저스와 키움. 오후 7시에는 대표팀과 샌디에이고가 맞붙었다. 3월18일 정오에는 샌디에이고와 LG. 오후 7시에는 다저스와 대표팀이 평가전을 치렀다.

이를 참고해 정오에 퓨처스리그, 저녁에 1군 경기를 여는 것이다. 이를테면 키움과 LG가 정오에는 2군이 맞붙고 저녁에는 1군이 맞붙는다. 날씨 영향을 받지 않은 고척에서 1·2군 더블헤더 섬머시리즈를 여는 것이다.

생소한 일도 아니다. 지난 2일부터 4일까지 고척에서 키움과 LG의 퓨처스리그 3연전이 열렸다. 20일부터 22일까지는 한화 2군이 고척돔에서 퓨처스리그 일정을 소화했다. KBO는 여름철에는 퓨처스리그를 저녁 시간으로 편성한다. 때로는 고척돔처럼 1군 경기장에서 퓨처스리그 경기를 열기도 한다.

이를 마케팅으로 확장할 필요가 있다. 시원한 고척돔에서 응원팀의 1·2군 경기를 두루 보는 것을 싫어할 야구팬은 없다. 퓨처스리그 경기에 대한 수요가 지속해 느는 가운데, KBO와 구단이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할 의무도 있다. 더불어 정오에 열린 퓨처스리그 경기를 본 1군 감독이 특정 선수를 바로 1군에 올리는 이색 풍경도 펼쳐질 수 있다.

이상 기온을 피할 수는 없다. 그래도 방법을 찾아야 한다. 이번 주 역대 최초 900만 관중 돌파가 예고된 가운데 ‘양’뿐이 아닌 ‘질’도 신경 써야 할 시기다. 2028년에는 청라돔, 2032년에는 잠실돔 개장 예정이다. 돔구장 증가에 따른 여름철 맞춤형 편성이 필요하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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