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다워 기자] 여오현(46) IBK기업은행 수석코치는 여자부 지도자로 적응하며 성장하고 있다.

여 코치는 지난시즌을 끝으로 현역에서 물러났다. V리그 출범 원년 멤버였던 그는 지난시즌까지 플레잉코치로 활약하다 은퇴를 선언했다.

은퇴 후 손을 내민 사람은 기업은행 김호철 감독이다. 여 코치는 “선수 생활을 더 할지 고민하던 상황이었는데 김호철 감독님께서 ‘지도자를 할 거면 함께하자’라고 말씀해 주셨다. 영광이었다. 하지만 바로 대답은 드리지는 못했다. 선수 계약 제의가 와서 선수 생활 연장에 대한 고민이 있었다”라며 “1주일 정도 시간을 달라고 했다. 그런데 그사이에 단장님, 감독님께서 계속 전화를 주셨다. 고심 끝에 이왕 지도자 길을 들어서는 거면 한국 최고 지도자께 배우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섰고, 본격적인 제2의 지도자 인생을 시작하게 됐다”라고 말했다.

여 코치는 평생을 남자팀에서 뛰었다. 여자부는 아직 어색한 게 사실이다. 그는 “여자부 선수들을 대할 때 공감을 더 많이 하려고 노력한다. 예전 같았으면 바로 화를 냈을 상황에서도 한 번 더 생각하고 말과 행동을 한다”라며 “제 지적이 너무 직설적일 때도 잦은 것 같다. 훈련을 마친 뒤에 하루를 돌아보면서 후회하기도 한다. 순간순간 지적하는 상황을 부드럽게 풀어가는 부분을 더 배워야 할 것 같다”라고 말했다.

열정에는 차이도, 변함도 없다. 여 코치는 “소리를 안 지르면 운동을 안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래서 여전히 목이 쉬어있다”라며 “선수들도 이런 분위기를 잘 따라와 준다. 덕분에 요즘 훈련이나 연습경기 분위기도 파이팅이 넘친다”라고 웃었다.

한국 배구 역사에서 최고의 리베로로 꼽히는 여 코치는 기업은행 수비에 큰 힘이 될 것으로 기대를 모은다. 여 코치는 “기술을 잘 가르치는 코치보다 기본에 충실한 코치가 되고 싶다. 선수들에게도 제일 중요한 건 기본기라고 강조한다. 기본기를 잘 다져야만 기술을 연마할 수 있다”라며 “훈련과 경기에 임하는 태도도 중요하다. 배구는 혼자 할 수 있는 스포츠가 아니다. 훈련과 경기에서 태도가 안 좋은 선수가 있다면 주변 선수들에게도 악영향이 미친다. 분위기를 흐리는 선수가 되면 안 된다. 선수들이 당장 힘들다고 얼굴 찌푸리고 자신이 힘든 것만 생각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는 바람을 얘기했다.

여 코치는 삼성화재에서 7회, 현대캐피탈에서 2회, 총 9회의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경험했다. 이제 지도자로 열 번째 우승에 도전한다.

여 코치는 “강력한 서브와 안정적인 리시브가 갖춰지면 우승에 도전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전체적인 부분을 봤을 때 저희가 봄 배구는 무난히 가지 않을까 싶다. 물론 그것보다 더 높이 올라가는 것이 목표다. 선수들과 함께 마지막에 웃을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하겠다”라고 다짐했다. weo@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