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표권향 기자] 세기의 걸작 ‘베르사유의 장미’가 50여년 만에 뮤지컬로 탄생했다. 매회 폭발적인 무대를 선보여 관객들의 기립박수를 받고 있다. 한국 뮤지컬계의 새로운 역사를 써 내려가고 있는 이 무대 중심에 배우 김지우가 있다.

‘베르사유의 장미’에서 김지우가 맡은 주인공 오스칼은 18세기 프랑스 파리의 딸부잣집 막내딸로 태어나 당시 남자만 가능했던 군인이 된 가상의 인물이다. 이전 작품까지 여성 이미지가 강한 역할만 소화했던 그였기에 이미지 완성까지 쉽지 않은 과정이었다.

작품이 무대에 오르기까지 김지우의 머릿속엔 온통 오스칼 뿐이었다. 어릴 적 만화로 접한 환상 속의 인물을 망가뜨리고 싶지 않았다. 그의 기억 속 오스칼은 예쁜데 멋있는 사람, 못하는 것 하나 없는 완벽한 인물이었다.

또한 오스칼의 심경 변화에 따라 극이 흐르기 때문에 중심을 지켜야 했다. 귀족인 오스칼의 인생이 시민들에 의한 프랑스 혁명과 연결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생각이 많으니 표현하고자 하는 인물의 성격이 산으로 갔다. 그도 그럴 것이 딸로 태어나 아들로 자라본 경험이 없기 때문이다. 대사를 읊고 노래할 때도, 어떤 행동을 할 때도 여자의 모션이 나왔다.

연습 기간 노래도 뜻대로 부르지 못했다. 김지우는 그때마다 뮤지컬계 ‘일타강사’로 불리는 배우 옥주현, 카이, 손승연 등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이들은 언제나 그렇듯 그의 완벽한 무대를 위해 응답했다.

무엇보다 오스칼이 느끼는 감정을 표현하기 위해 왕용범 연출가를 찾았다. 왕 연출가는 김지우에게 “지우야! 오스칼은 남자가 아냐. 오스칼은 여자이기 때문에 남자처럼 보이려고 하지 마. 하지만 강인한 군인인 거야”라고 조언했다.

칼자루는 김지우 자신이 가지고 있었다. 그는 “행동 매무새 하나하나 고민했다. 무의식적으로 나오는 여성스러운 몸짓과 목소리 톤을 자제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결국 오스칼이 되기 위한 요구를 끊임없는 연구와 노력으로 극복했다.

복잡한 생각을 버린 후 배역에 대한 부담을 덜 수 있었다. 김지우는 “너무 많이 생각하지 말자. 대본에 충실하고, 같이 무대에 오르는 배우들과의 호흡에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이젠 극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가볍고 즐겁다”라며 미소를 지었다.

무대 위에서 김지우의 연기는 파괴력이 있다는 호평을 받고 있다. 그는 “아이를 키우면서 단련된 체력”이라며 웃었다. 하지만 분명 그만이 가진 파워와 매력이 무대에서 그대로 보인다.

김지우는 “‘베르사유의 장미’는 절대 한순간도 놓으면 안 되는 작품이다. 무대를 마치고 대기실에 들어오는 순간 긴장이 풀리지만, 무대 위에서만큼은 체력을 밑바탕으로 끝까지 정신을 집중해야 한다”라고 전했다.

대극장 주연 배우이지만, 지금도 여전히 레슨을 받고 있다는 ‘배우’ 김지우다. 매회 남다른 열정을 가지고 관객들을 맞이한 결과, 김지우만의 색깔로 오스칼 아니 ‘쥬스칼’을 탄생시켰다.

gioia@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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