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황혜정 기자] 도대체 얼마나 ‘꾸준히’ 던진 걸까.
KIA 좌투수 양현종(36)이 지난 3일 또 하나의 대기록을 세웠다. 바로 KBO리그 10연속시즌 150이닝 투구다. 이는 KT 이강철 감독에 이은 역대 두 번째 기록이자, 좌투수로는 최초다.
이날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KBO리그 LG와 홈경기에 선발 등판한 양현종은 1회 투구를 마침과 동시에 올시즌 150번째 이닝을 채웠다.
10년 동안 150이닝을 소화하려면 거의 2만8000개 정도의 공을 던져야 한다. 양현종도 올시즌 150이닝을 소화하는 그 순간까지 2만8739구를 던졌다.
직관적으로 그 기록의 위대함을 국내에서 가장 높은 빌딩에 빗대어 보자면, 양현종은 롯데월드타워 4개에 조금 못 미치는 길이의 공을 지난 10시즌 간 던졌다.
야구공 지름이 7.3㎝인데, 양현종이 2014년부터 1군 경기에서 던진 공을 한 줄로 나열하면 20만9794.7㎝, 즉 2097.947m다. 국내에서 가장 높은 롯데월드타워(555m·123층) 3개를 쌓아놓아도 이 길이보다 짧다.
실제로 롯데월드타워 3개를 길게 늘어놓으면 육안으론 보이지 않을 정도의 장대한 길이다. 단 7.3㎝에 불과한 공을 하나하나 쌓아가며 이룩해낸 위대한 기록인 것이다.
2007년 2차 1라운드 1순위로 KIA 유니폼을 입은 양현종은 KIA에서만 17번째 시즌을 보내고 있다.
데뷔 3년차부터 소화 이닝 수가 훌쩍 많아지더니(148.2이닝), 한껏 물오른 2014년부터 150이닝 이상을 10년간 넘게 던져왔다. 양현종은 “나 자신과 타협하지 않고 운동을 게을리 하지 않았다”며 그 비결을 밝혔다.
정규시즌 우승 ‘9부 능선’을 넘은 KIA의 올시즌 마운드를 홀로 든든히 지켜낸 유일한 선발투수이기도 하다. 윌 크로우, 이의리, 윤영철이 이탈하고 시즌 막판 제임스 네일까지 부상할 때 양현종은 언제나 그렇듯 ‘철옹성’처럼 KIA를 수호했다.
2009년·2017년 KIA가 우승할 때,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있으면서 여전히 KIA 소속인 유일한 현역이기도 하다. 마지막 우승인 7년 전에 최고 전성기를 구가하던 양현종이 여전히 KIA의 에이스로 군림한다.
양현종의 다음 목표는 KBO리그 최초 10연속시즌 170이닝 투구다. 올시즌 KIA의 잔여경기는 17경기로 양현종은 향후 3번 정도 더 등판할 수 있다. 현재 155이닝을 소화했으므로, 남은 경기에서 5이닝씩만 소화해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다. 양현종이 쌓아가는 기록은 그 누구보다 높고 위대해질 전망이다. 거기에 올시즌 우승까지 일궈낸다면 더할 나위 없는 축포다. et1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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