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파리=김동영 기자] 복수를 노렸다. 한번 아픔을 겪은 상대를, 더 큰 무대에서 잡고 싶었다. 뜻대로 되지 않았다. 유도 대표팀 김동훈(25·예금보험공사)이 패럴림픽 유도(J2 등급) 동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김동훈은 7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샹 드 마르스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유도(J2) -73㎏급 동메달 결정전 우흐쿤 쿠란바예프(우즈베키스탄)와 경기에서 절반패를 당하며 메달을 얻지 못했다.
지난해 열린 2022 항저우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APG)가 떠오른다. 당시 패자 결승에서 쿠란바예프를 만나 졌다. 쿠란바예프는 2020 도쿄 패럴림픽 금메달리스트. 어려운 상대를 만났다. 결과도 패배. 아쉽게 5위로 대회를 마쳤다.
약 1년이 흘러 쿠란바에프와 다시 만났다. “이길 수 있다. 무조건 이기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러나 초반 내준 포인트를 극복하지 못했다. 이번에도 아쉬운 패배다.
경기 후 믹스트존(공동취재구역)에서 김동훈을 만났다. 아쉬움이 뚝뚝 묻어났다. “꼭 이기고 싶었다. 복수하고 싶었다. 준비도 많이 했는데 이렇게 됐다. 초반 조금은 방심하지 않았나 싶다. 상대고 공격 후 계속 누르기로 이어가면서 대응을 제대로 하지 못한 것 같다”고 돌아봤다.
초반부터 밀렸다. 시작 39초 만에 절반을 줬다. 배대뒤치기를 시도하는 등 공세에 나섰으나 잘 들어가지 않았다. 쿠란바예프가 계속 공격하는 흐름이 이어졌다. 그래도 잘 방어했다.
속절없이 시간이 흘렀다. 1분여 남기고 업어치기를 시도했으나 통하지 않았다. 22초 남기고 쿠란바예프가 위장 공격으로 지도를 받았지만, 대세에 큰 지장은 없었다. 그렇게 김동훈의 패럴림픽이 마무리됐다.
앞서 김동훈은 16강에서 세르히오 이바녜즈 바논(스페인)을 잡았다. 팽팽한 승부 끝에 골든스코어로 절반승. 출발이 좋았다. 그러나 8강에서 오스발다스 바레이키스(리투아니아)를 상대해 6분 넘는 혈투 끝에 절반패를 당하고 말았다.
금메달을 목표로 참가했다. 아쉽게 8강에서 막혔다. 그래도 패자부활전이 남았다. 장샤오하오(대만)와 경기에서 경기 시작 단 22초 만에 업어치기 한판승을 거뒀다. 체력을 아낀 상태로 동메달 결정전을 준비할 수 있었다.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했다.
김동훈을 두고 ‘무서운 신예’라 했다. 우연히 장애인 유도를 알게 됐다. 애초 고등학교 2학년 때 유도로 입시 준비를 했기에 선택에 무리는 없었다. 2021년 국가대표 선발전 1위를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2022 IBSA 세계유도 그랑프리 안탈리아에서 3위, 2023 카자흐스탄 아시아챔피언십 3위에 올랐다.
지난해 장애인아시아경기대회에서는 메달 획득에 실패했으나 가장 큰 무대인 파리 패럴림픽을 정조준했다. “내게 도전이고, 기회다. 더 성장하고, 발전하는 계기로 삼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목표를 오롯이 달성하지는 못했다.
패럴림픽 유도 종목은 크게 시각장애, 청각장애로 나뉜다. 한국은 시각장애 종목에 이민재(33·평택시청)와 김동훈이 출전했다. 시각장애는 다시 J1(전맹)과 J2(저시력)으로 등급을 나눈다. 이민재-김동훈 모두 J2 등급이다.
이민재가 메달 획득에 실패했고, 김동훈도 마찬가지다. 한국 유도는 2012 런던(금1), 2016 리우(금1 은1 동2), 2020 도쿄(동2)까지 3개 대회 연속으로 메달을 땄다. 이번에는 빈손으로 돌아가게 됐다. raining99@sportsseoul.com
기사추천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