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파리=김동영 기자] 장애인 역도 간판 김규호(43·평택시청)가 세계 4위에 올랐다. 메달을 따지는 못했으나 웃으며 퇴장했다.

김규호는 7일(한국시간) 프랑스 파리 포르트 드 라 샤펠 아레나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역도(파워리프팅) 남자 80㎏급에서 202㎏를 들어 9명의 출전 선수 중 4위를 기록했다. 메달은 따지는 못했으나 그래도 세계 4위다.

그는 1차 시기에서 202㎏을 신청해 쉽게 들어 올렸고, 2차 시기에서 207㎏을 드는 데 실패했다. 2차 시기까지 성적은 4위. 3위는 215㎏을 든 라술 모흐신(이라크)이었다.

김규호는 승부수를 띄웠다. 3차 시기에서 216㎏을 신청했다. 있는 힘을 다해 역기를 들어 올렸다. 팔꿈치를 모두 펴지 못하고 실패 판정을 받았다.후회 없이 도전을 마친 김규호는 밝게 웃으며 관중들에게 인사했다.

금메달은 세계기록 242㎏을 든 루홀라 로스타미(이란)가 차지했다. 은메달은 225㎏을 성공한 중국의 구샤오페이(중국), 동메달은 215㎏을 기록한 모흐신이 거머쥐었다.

경기 후 만난 김규호는 “3차 시기에 한 번도 시도해보지 않은 무게를 시도했다. 오늘 컨디션이 정말 좋았고, 눈물이 날 만큼 최선을 다했기에 기적이 일어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아직은 내가 부족한 것 같다”고 돌아봤다.

김규호는 만 4살 때인 1985년 버스 교통사고로 오른쪽 다리를 잃었다. 처음에는 장애인 조정을 했다. 1년 만에 그만뒀다. 역도를 추천받았고, 선수가 됐다. 운동만 한 것은 아니다. 공부와 운동을 모두 좋아했다. 김규호는 2012년 장애인 특별전형으로 우리은행에 입행했다. 금융정보팀 등에서 일했다.

역도가 마음에서 떠나지 않았다. 2021년 10월 퇴사했다. ‘꿈의 무대’ 패럴림픽에 출전하기 위해서다. 안정된 직장을 그만두는 결정이 쉬울 리 없다. 주변에서도 말렸다. 뜻을 굽히지 않았다.

김규호는 “돌아보면 내 선택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응원해주신 분도 많지만, ‘잘못된 선택’이라고 한 분도 있었다. 지금 이 모습을 보면 다들 ‘잘된 선택’이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은행에 다니는 것은 안정적이다. 역도에 전념하겠다고 했을 때 ‘다치면 어쩌려고’, ‘네가 언제까지 할 수 있겠냐’는 말도 들었다. 난 ‘지금 선택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생각했다. 직장에 다니면서도 국내 1등을 해봤다. 정상을 찍었다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지금 그만두지 않으면 세계로 나갈 기회가 없다’고 생각했다”고 강조했다.

당연히 가족들도 반대했다. 이제는 든든한 지원자다. “2018년에도 직장을 그만두려고 한 적이 있었다. 그때는 부모님과 아내도 많이 반대했다. 2021년 그만둘 결심을 하고 다시 말씀드리자, 2018년에 비해 반대가 50% 이상 줄어든 것 같았다”며 웃었다.

이어 “초등학교 4학년 아들 탄과 3학년 딸 수아, 1학년 아들 찬, 이 3명 모두 안 자고 응원한다고 하더라”며 “첫째가 메시지도 보냈다. ‘아빠, 파이팅. 힘내세요’라고 보냈다. 아내(김은주 씨)도 경기 오기 전 장문의 메시지를 보내줬다. (인터뷰하는) 지금도 메시지를 보내줬다”며 웃음을 보였다.

김은주 씨도 “잘했다. 우리 김규호! 당신의 패기 너무 멋졌어! 이 남자를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며 메시지를 보내왔다.

끝으로 김규호는 “오늘 경기에서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곧 220㎏을 돌파하고, 다음 패럴림픽에선 꼭 시상대에 오르겠다”며 각오를 다졌다.

패럴림픽 역도 종목인 파워리프팅은 벤치에 누워 주심의 시작 신호 이후 바를 가슴까지 내렸다가 위로 들어 올려 성공 여부를 따진다. 각 선수는 3차례 시도를 하고, 가장 무거운 역기를 드는 선수가 우승한다. raining99@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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