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파리=김동영 기자] 한국 카누 최초로 패럴림픽 무대를 밟은 최용범(27·도원이엔씨)이 2024 파리 패럴림픽에서 8위에 올랐다.

최용범은 7일(한국시간) 프랑스 베르 쉬르 마른의 스타드 노티크에서 열린 2024 파리 패럴림픽 카누(스포츠 등급 KL3) 남자 카약 200m 결승에서 41초91의 기록으로 8명의 선수 중 가장 늦게 결승선을 끊었다.

2번 레인에서 경기를 시작한 최용범은 레이스 초반 치열하게 선두 싸움을 펼쳤다. 중반 이후 뒷심이 떨어지면서 조금씩 밀려나기 시작했고, 결국 메달권에 진입하지 못했다.

우승은 알제리의 브라힘 겐두즈(39초91)가 차지했고 은메달은 호주의 딜런 리틀헤일(40초68), 동메달은 브라질의 일리아스 로드리게스(40초75)가 거머쥐었다.

최용범은 장애를 입기 전 실업팀 카누 선수로 활동하던 ‘비장애인 선수’ 출신이다. 올림피언을 꿈꿨다. 2022년 교통사고로 왼쪽 다리를 잃었다. 절망에 빠져있다가 지난해 다시 운동을 시작했다.

불과 10개월 만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지난 5월 한국 장애인 카누 최초로 패럴림픽 출전권을 획득했다. 오륜기 문신을 새긴 ‘패럴림피언’이 됐다.

대한장애인체육회 맹찬주 매니저는 “최용범은 운동을 재개한 지 얼마 되지 않아서 제 기량을 보여주지 못한 것”이라며 “아마 다음 패럴림픽에선 경쟁 선수들을 큰 차이로 제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 후 만난 최용범은 “준비한 만큼 결과로 보여줬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 같아 아쉽다. 최선을 다했기 때문에 미련은 없다. 결승선에 거의 다 왔을 때쯤 카누 안에 있는 삼각대에 발이 걸려 발차기를 하지 못하게 되면서 속도가 떨어졌다. 그 외에 다른 부분은 나쁘지 않았다”고 돌아봤다.

이번 대회는 ‘시작’이다. 애초 포커스를 2028 LA에 맞추고 있다. “지금부터 천천히 조금씩 단계를 올리다 보면 메달권 선수들과 충분히 겨룰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됐다. 기록상으로도 지난 5월보다 많이 올라와 점점 더 욕심이 생긴다”고 말했다.

나름 만족스러운 경기를 치른 탓에 스스로에게도 100점 만점에 90점의 후한 점수를 줬다. 10점을 깎은 건 “내 플레이대로 하지 못한 부분에 대한 아쉬움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최용범은 장애로 인해 꿈이 좌절한 사람들을 향해서도 희망을 쐈다. 그는 “내게 장애는 꿈을 좇는 데 전혀 장애가 되지 않았다. 도리어 나보다 더 심한 장애를 갖고도 열심히 운동하는 사람들을 보며 느끼는 점이 많다”고 말했다.

아울러 “솔직히 나도 (사고 후 밖으로 나가는 게) 겁이 많이 났었는데, 막상 나가보니 사람들이 나를 사고 전과 똑같이 대해줬다”며 “절단 장애를 입은 사람 중 외부 활동을 하지 않는 경우가 많은데, 좀 더 당당하게 세상 밖으로 나왔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raining99@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