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광주=김동영 기자] 턱 부상 수술 후유증은 제로였다. 실전 감각 부족도 우려됐으나 이 또한 기우였다. 오히려 어깨와 팔꿈치를 아낀 효과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KIA 에이스 제임스 네일(31)이 정규시즌 모습을 최고 무대에서도 고스란히 재현했다.

네일은 21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삼성과 한국시리즈(KS) 1차전에서 76개의 공을 던졌다. 많은 투구수를 소화하지는 못했으나 맡은 임무를 완수했다. 특히 5회까지는 언터처블이었다.

정규시즌 평균자책점 2.53으로 센세이션했던 투구 이상이었다. 시즌 초반 네일을 상대한 타자들이 “똑바로 오는 공이 없다”, “무브먼트가 엄청나다”며 혀를 내둘렀는데 이날은 정규시즌보다 무브먼트가 강렬했다. 우타자 기준 투심 패스트볼은 몸쪽으로, 스위퍼는 바깥쪽으로 날카롭게 움직였다. 이날 네일은 투심 패스트볼 38개, 스위퍼 31개를 구사했다. 투심과 스위퍼 외에 체인지업은 6개, 포심은 1개였다.

비 오는 날 UFO가 날아다녔다고 할만했다. 4회초 박병호에게 던진 스위퍼가 특히 그랬다. UFO처럼 박병호 몸쪽으로 향하다가 스트라이크존에 빨려 들어갔다. 몸에 맞는 볼을 예상한 공이 거짓말처럼 스트라이크존으로 들어갔다. 스윙 궤적에 걸리기를 기도하지 않는 이상, 타자 입장에서 스위퍼를 공략할 방법은 없어 보였다.

그런데 삼성이 원하는 반전이 펼쳐졌다. 네일에게 끌려가던 삼성 타선은 6회초 바라던 한 방을 쏘아 올렸다. 선두 타자 김헌곤이 네일의 스위퍼를 배트 중심에 맞혔다. 헛스윙을 두려워하지 않으며 힘차게 배트를 돌렸고 장타로 연결됐다. 우측 담장을 넘어가는 솔로포가 됐다.

그렇게 흐름이 바뀌었다. 실점한 네일은 다음 타자 디아즈를 볼넷으로 출루시켰다. 투구수를 80개가량으로 설정했기에 네일은 마운드에서 내려갔다. 1루에 네일 책임 주자가 있는 상태로 장현식이 등판했고 장현식은 첫 타자 강민호에게 볼넷을 범했다.

그리고 빗줄기가 더 굵어졌다. 굵어진 빗줄기로 오후 9시24분 경기 중단. 약 50분이 지났음에도 비는 그치지 않았고 비구름은 계속 챔피언스필드로 향했다. 이에 따라 심판진은 오후 10시9분 역대 최초 포스트시즌 서스펜디드 게임을 결정했다. 22일 오후 4시 6회초 무사 1, 2루 김영웅 타석에서 다시 경기가 재개된다.

거짓말처럼 움직이는 네일의 스워퍼가 5회까지 경기를 지배했는데 그 스위퍼가 홈런으로 연결되면서 흐름이 달라졌다. 달라진 흐름은 신기하게도 많은 비를 불렀고 거짓말처럼 경기가 멈춰버렸다. raining99@sportsseoul.com

기사추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