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정하은 기자] 뉴진스가 ‘소송 없는 계약해지’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뉴진스와 전속계약 유효성을 주장하는 어도어가 뉴진스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해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뉴진스의 ‘결별통보’ 이후 어도어가 향후 대응에 나설 시나리오를 선례를 통해 알아본다. <편집자주>
뉴진스가 지난달 28일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어도어가 소속사로서 지니는 가장 강력한 의무인 ‘뉴진스 보호’를 할 능력도 의지도 없기에 어도어의 귀책으로 전속계약이 해지된다고 발표했다. 연예계 소속 분쟁 사례에서 흔히 등장하는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하지 않을 거라고도 했다.
뉴진스는 법적인 판단을 받지 않고 ‘자유의 몸’이 되겠다는 주장이지만, 어도어는 법에 기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계약 위반은 어도어가 했으니 위약금도 내지 않고, 상표권도 자신들이 갖겠다는 뉴진스를 방관하고 있을 수 없는 노릇이다. 그럴 경우 정말 귀책사유가 어도어에 있다는 걸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어도어는 “어도어는 계약을 위반하지 않았고, 일방적으로 신뢰가 깨졌다고 주장한다고 해서 해지 사유가 될 수 없다. 어도어와 뉴진스 멤버들 간에 체결된 전속계약은 여전히 유효하다”라고 맞서는 상황이다.
결국 법률관계의 불안정을 해소할 필요가 더 큰 어도어가 소송을 시작할 확률이 크다. 뉴진스의 활동을 저지하고 향후 뉴진스의 독자적 활동을 막기 위해 방송 출연 및 연예 활동 금지 가처분, 손해배상 청구 소송 등 다양한 법적 조치를 취할 것으로 보인다.
소속사로부터 활동 금지 가처분 소송을 당한 최근 사례로는 가수 겸 배우 박유천이 있다. 박유천은 매니지먼트 회사 해브펀투게더(구 예스페라)에 계약 해지를 통보한 후 다른 매니지업체를 통해 연예활동을 계속했다. 이에 해브펀투게더는 지난 2021년 8월 박유천을 상대로 방송 출연과 연예활동 금지 가처분 신청을 냈다.
그러나 박유천은 법원의 결정을 무시하고 연예활동을 이어갔다. 이에 해브펀투게더는 박유천과 현 소속사에 5억 원 상당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고 법원은 “피고들이 공동으로 원고에 5억원과 지연 이자를 지급하라”는 선고를 내렸다.
반대 판례도 있다. 2011년 걸스데이 유라는 전 소속사로부터 방송출연 및 연예활동금지 등 가처분 소송을 당했으나 이는 법원으로부터 기각됐다.
당시 유라의 전 소속사는 유라의 일방적인 전속계약위반으로 막대한 영업상의 손해와 명예, 신용을 실추당하고 있으므로 시급히 연예활동 금지 등을 구한다는 가처분 신청을 법원에 제기했다. 그러나 법원은 유라의 모친으로부터 정식 계약해지 통지가 있었고, 계약 위반의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불명한 점을 들어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2010년에는 동방신기 전 멤버 김재중, 김준수, 박유천이 SM엔터테인먼트과 전속계약 소송 중 씨제스 엔터테인먼트에 새 둥지를 틀고 JYJ로 앨범을 발매했다. 이에 당시 SM엔터테인먼트는 JYJ 데뷔 앨범에 대해 발매금지 가처분을 제기하며 강력한 활동 규제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
다만 소속사가 가수를 상대로 하는 활동 금지 가처분 소송은 ‘아티스트 보호’라는 소속사의 전속계약에서 가장 중요시 여기는 부분과 상충하는 행동이자 스스로 신뢰관계 파탄을 증명하는 것이기 때문에 아티스트에게 공격의 명분을 줄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실제로 SM엔터테인먼트는 JYJ에 가처분 제기 직후 소송 취하를 결정하며 “JYJ의 음반이 이미 발매돼 판매금지가처분의 실익이 없다는 판단에 소송을 취하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게다가 현재 하이브는 타사 아이돌들을 노골적으로 평가한 ‘음악산업리포트’라는 문건이 노출되면서 여론도 좋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어도어가 먼저 뉴진스를 상대로 활동 중지 가처분을 내기에 부담도 크다. 외통수에 걸려든 하이브가 어떤 전략으로 이를 타개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jayee212@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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