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김용일 기자] 전례 없는 ‘양민혁발’ 10대 연쇄 돌풍은 글로벌화를 지향하는 프로축구 K리그1에 새 지평을 열게 했다.
이제까지 K리그는 젊고 유망한 선수가 주력 노릇을 하기엔 ‘보수적인 리그’로 불려 왔다. 다른 프로스포츠와 비교해서 유독 수직적이고 권위적인 선수단 문화로 어린 선수가 출전 기회를 잡는 게 쉽지 않은 구조였다. 과거 고종수, 박주영처럼 매우 특출한 재능으로 어린 나이에 태극마크를 단 스타가 아니라면 꾸준한 출전은 10대 후반부터 20대 초반 선수에게 ‘하늘의 별 따기’였다.
지도자부터 인식이 고정화했다. ‘파리 목숨’으로 불리는 K리그 지도자 세계에서 너나 할 것 없이 “재임 기간 무리하게 어린 선수를 키우지 말고 경험 많은 베테랑을 최대한 영입하고 중용하라”는 조언을 서로 해댔다. 하지만 시대는 바뀌었다. 기성용(서울), 이청용(울산) 등 어린 나이에 유럽 무대를 향했다가 베테랑이 돼 K리그에 복귀한 ‘유럽파 2세대’의 목소리가 컸다. 이들은 한결같이 “유럽에서는 20대 초반 선수를 어리게 여기지 않는다. 동등하게 경쟁한다”면서 한국 축구 미래 동력을 얻기 위해서라도 K리그부터 재능 있는 선수를 중용해야 한다고 했다.
특히 유럽부터 아시아의 어리고 재능 있는 선수에게 관심을 두면서 ‘이웃 나라’ 일본을 비롯해 중동 주요 리그에서도 어린 선수의 1군 무대 데뷔 속도가 빨라졌다.
그런 의미에서 올 시즌 K리그1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하고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토트넘행에 성공한 ‘양민혁 신화’는 친정팀 강원FC 뿐 아니라 K리그 전체에 울림을 줬다. 올 시즌 개막 전 유럽 전지 훈련에서 윤정환 감독 눈에 들어 1군 선수와 경쟁한 그는 ‘만 18세’ 고등학생 신분에도 대선배와 경쟁하며 데뷔 시즌 전 경기(38경기) 출전, 12골 6도움을 기록했다.
양민혁처럼 어릴 때 두각을 보이는 선수는 상대 노련한 선배 수비수의 타이트한 견제에 고전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그는 뛰어난 축구 지능을 발휘, 여러 번 진화를 거듭하며 특유의 속도를 살린 드리블과 안정적인 골 결정력으로 빅리그행에 성공했다. 양민혁의 성공을 눈여겨 본 다른 구단 역시 어린 선수를 중용, 강주혁(서울) 윤도영(대전) 강민우(울산) 등 다른 10대 유망주가 눈을 사로잡았다.
전 세계 축구 이적시장이 갈수록 활발해지며 K리그의 스타 선수 유출 속도도 빨라지고 있다. 그러면서 다수 구단이 주요 포지션 기근 현상에 울상이다. 이럴 때일수록 잠재력을 지닌 어린 선수를 더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는 견해가 나온다. 특히 요즘 어린 선수는 이전 세대보다 일찌감치 프로 의식을 품고 과학적인 훈련 등으로 성장 속도가 빠른 편이다. 프로에서 성공 확률이 그만큼 커지고 있다.
‘제2 양민혁’을 키우기 위한 구단간의 경쟁과 노력이 긍정적으로 확산하면 매번 갑론을박이 따르는 저연령 의무 출전 제도 등은 기분 좋게 사라질 수 있다. 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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