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서울 | 장강훈 기자] 뜬금없는 ‘역대급’ 전쟁이다. 메이저리그(ML)에서 인정한 특급 기대주 출신부터 일본프로야구(NPB)에서 검증된 선수까지 몰려든다. ‘외국인 선수 열전’이 펼쳐질 2025 KBO리그 얘기다.
2025시즌을 준비 중인 KBO리그는 17일 현재 28명의 외국인 선수가 계약을 마쳤다. 특급 외국인 타자 패트릭 위즈덤이 KIA와 계약을 앞두고 있고, 왼손 특급 카일 하트와 사실상 이별을 선택한 NC도 수준급 투수와 협상을 구체화하고 있다. 남은 두 자리를 모두 신입 외국인 선수 최대 몸값 100만달러에 계약하면, 30명에 지급하는 비용만 3610만달러(약 519억원)다.
30명 중 13명은 재계약, 두 명은 ‘복귀생’이다. ‘류현진 도우미’로 삼성이 계약한 투수 아리엘 후라도와 KT와 도장을 찍은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는 ‘이적생’이다. 같은값이면 ‘검증된 선수’가 낫다는 게 ‘이적생’이 탄생한 배경이다.
외국인 선수에게 가장 큰돈을 지불하는 팀은 KT다. 윌리엄 쿠에바스(150만달러)와 멜 로하스 주니어(180만달러) 등 ‘효자’들에게 큰돈을 안겼고, 키움에서 데려온 헤이수스에게도 100만달러를 지급해 총 430만달러(약 62억원)를 들였다. FA 심우준과 엄상백을 한화에 내준 탓에 선수층이 더 얕아진 KT로서는 ‘검증된 외국인 선수’들이 버팀목 역할을 해야 6년 연속 포스트시즌 진출에 도전할 수 있다.
ML 유망주 출신 투수와 타자, 일본에서 검증한 토마스 해치를 영입한 두산은 세 명 모두 ‘신입’으로 채운 유일한 구단이 됐다. 셋 다 100만불씩 ‘풀게런티’해, 신입 외국인 선수들에게만 300만달러를 투자했다.
올해 한국시리즈 파트너로 준우승을 차지한 삼성이 ‘재취업생’ 후라도와 기존 멤버인 데니 레예스, 르윈 디아즈 등 세 명에게 300만달러를 지불한 것과 비교하면 얼마나 과감한 투자인지 유추할 수 있는 대목이다.
전원 재계약한 팀은 없다. 통산 12번째 패권을 차지한 KIA조차 제임스 네일을 제외한 두 명을 교체했다. 위즈덤과는 아직 도장을 찍지 않았지만, 몸값 100만달러가 유력하다. 외국인 선수 세 명에게 약 54억6000만원(380만달러)을 지불하는데,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어 LG로 이적한 장현식이 4년간 받는 돈(52억원)보다 많은 금액을 한 해에 투자하는 셈이다.
각 팀이 경쟁적으로 거액을 들여 ‘수준급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는 이유는 단순하다. 국내선수만으로는 경쟁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해서다. 같은 1군 선수여도 기량이 천차만별이니 소위 계산이 안된다. 기량이 떨어지는 선수를 2군으로 보내도 대체할 만한 선수가 부족한 게 현실이다.
팀 성적에 직이 결정되는 사·단장 감독 등은 육성이나 야구발전을 생각할 여력이 없다. 마음은 굴뚝같더라도 눈앞의 성적을 좇다보면 육성은 등한시할 수밖에 없다.
외국인 선수는 새얼굴로 바꿀 수도 있고 성적 하락 원인으로 몰아갈 수도 있으니, 부담이 덜한 게 사실이다. 천문학적인 몸값을 지불하더라도 ‘이름있는 선수’를 데려오는 진짜 이유로 보인다.
‘육성만이 살길’이라는 각 구단 기치는 간데없다. 대놓고 ‘성적 지상주의’를 외치는 모양새다. 리그 수준을 논하기 전에 ‘나부터 살고보자’는 심리가 강하게 작용한다. 이게 KBO리그와 한국야구 발전에 도움이 될지는 당장 판단하기 어렵다.
그러나 유망주가 설 자리를 잃는다는 점에서 낙관적이지는 않다. 때아닌 ‘외인열전’이 마냥 반갑지 않은 이유다. zzang@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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