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서명 정치’ 청와대 노림수…‘민생’ 아닌 ‘총선’


[스포츠서울 이진우 기자] 박근혜 대통령의 ‘서명 정치’가 여론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로 인해 안철수 국민의당(가칭) 인재영입위원장이 언급한 ‘총선 연기론’에 다시 힘이 실리고 있다는 분석이 제기됐다.


박 대통령은 지난 18일 대한상공회의소 등 경제단체가 주도한 경기 성남시 판교역 광장에서 열린 ‘민생구하기 입법 촉구 1000만 서명운동’ 행사장에 나와 직접 서명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처럼 현직 대통령이 길거리 캠페인에 참여해 입법 청원으로 국회를 압박하는 것은 극히 이례적인 일이다.

▲ 민생구하기 입법촉구 서명하는 박근혜 대통령.(사진=청와대)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이와 관련 “박 대통령이 소위 ‘서명 정치’를 통해 보수층을 결집하는 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즉 서명을 통해 ‘진실한 사람’을 가릴 수 있다는 것”이라며 “또한 19대 국회가 역할을 못하는 것에 대해 국민이 바로 잡겠다고 나서는 분위기를 활용해 무능한 현역 물갈이가 필요하다는 명분을 얻는 효과도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한마디로 대통령이 직접 서명에 참여한 행동에는 곧 청와대의 총선 전략과 맞물려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한 이 관계자는 “그런데 묘하게도 박 대통령의 이런 행동이 얼마 전 ‘총선 연기론’을 언급했다가 여야 정치권으로부터 호된 비판을 받았던 안 위원장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 안철수 ‘총선 연기론’ vs 박근혜 ‘서명 정치’는 ‘일맥상통’


지난 13일 국민의당은 거대 양당의 횡포로부터 국민(유권자)의 선택권과 참신한 정치 신인의 출마 기회를 넓혀주기 위해 총선 연기를 검토할 시점이라고 제안했다. 당시 안 위원장은 “지금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법이 없으니 저도 지역구가 없는 것 아니겠냐. 지역구 돌리도~”라며 농담 섞인 ‘총선 연기론’을 말했다가 여야 정치권으로부터 된서리를 맞기도 했다.


그런데 박 대통령이 직접 길거리 입법 청원을 통해 국회선진화법에 발목 잡힌 ‘식물 국회’를 압박하자, 이런 행위가 오히려 안 위원장의 ‘총선 연기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국회선진화법을 무력화시키기 위해서는 180석이 필요한 상황이다. 만약 국민의당이 의원 20명을 확보해 원내 교섭단체를 구성하고 더불어민주당(더민주)을 추가 탈당하는 의원들마저 영입해 충분한 의석수를 확보하게 되면, 국민의당과 새누리당이 더민주를 배제한 채 서로 타협해 쟁점 법안 처리가 가능하도록 정치력을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해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신당 창당을 주도하는 안 위원장이 야권의 주도권을 잡고 새로운 여당 파트너로 자리하기 위해서는, 인재 영입을 통해 제3당으로서의 확고한 입지를 확보해야 한다는 점이 전제된다. 이를 위해서는 결국 일정이 촉박한 총선을 연기하고, 국민의당이 의석수 확보는 물론 전국적인 조직망을 구축할 시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청와대는 야권이 분열과 경쟁을 통해 재편 과정을 겪고 있는 틈을 타 국회의 무능함을 현실적으로 타파하기 위해서는 현역 물갈이가 절실하다는 명분으로 소위 ‘진박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펼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하게 된다.


어쨌든 박 대통령의 ‘서명 정치’가 현역 물갈이에 기반한 공천 잡음으로 시끄러운 새누리당과, 분열과 치열한 인재영입 경쟁으로 치닫고 있는 야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voreolee@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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